[무릎팍 박사 이수찬의 관절건강 이야기] 로봇 수술로 달라진 풍경
“원장님. 어머니 연세가 아흔이 다 됐는데, 정말 수술받아도 될까요?”

효심이 깊은 아들이 재차 묻는다. 사실 아들은 어머니의 수술을 계속 반대했다. 너무 고령인지라 수술을 잘 견딜지도 걱정스럽고, 예후가 좋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럼에도 “하루를 살더라도 예전처럼 걷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마음을 고쳐먹었는데, 여전히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자꾸 확인하고 싶어 한다.

고령인 환자는 아무래도 혈압, 맥박, 호흡 등의 방어기전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출혈이 많아지고,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크다. 출혈과 조직 손상이 많으면 방어기전이 더 안 좋아져 예후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환자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의사들도 고령 환자를 수술할 때는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환자나 가족이 불안해하면 굳이 수술을 권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릎팍 박사 이수찬의 관절건강 이야기] 로봇 수술로 달라진 풍경
하지만 로봇 수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로봇 수술을 하기 전에는 아무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도 고령 환자의 경우 1년에 한두 명 정도 수술 후 상태가 나빠져 의사와 가족 모두를 긴장시키곤 했다. 그런데 로봇 수술은 이런 비상사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로봇이 꼭 필요한 만큼만 뼈를 깎아내고, 뼈에 구멍을 내지 않고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는 ‘옐로 존’이라는 것이 있다. 이 영역을 넘어가면 영구적으로 조직이 손상될 수 있는데, 로봇 수술의 경우 자동으로 옐로 존을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주기 때문에 조직 손상이 적고, 출혈량도 이전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술 후 예후가 좋고, 장소와 시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섬망 현상도 거의 없다.

로봇 수술로 안전하고 정확하게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수술받는 고령 환자가 대폭 늘었다. 최근 한 관절병원에서 2007년과 2021년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1000명씩을 비교했는데, 70대 환자가 41.5%에서 51.5%로 약 10% 늘어났다. 80대는 2.1%에서 12.3%로 6배나 대폭 증가했다. 심지어 90대 수술 환자도 2명이 있었다.

이처럼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고령 환자가 많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의학 발달로 더 정확하게 수술할 수 있는 로봇 수술이 등장했고, 실제로 로봇 수술을 해보면서 의사들도 예후에 자신감이 생겼다. 보호자도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안심하고 수술을 맡기는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로봇 수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집도의가 경험이 부족하면 예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이 좋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