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공영방송 구조와 체질의 획기적 개혁’을 취임 일성으로 내놨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정약용 선생의 말까지 인용한 걸 보면 각오가 단단하다. 취임사에서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해 ‘노영(勞營)방송’으로 인한 정치적 편향성, 특정 진영의 이해 대변, 가짜뉴스 등을 바로잡아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통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도 다짐했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방송 환경을 대수술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영방송 편향성의 심각함은 숱하게 지적돼 온 대로다. 공영방송은 노조에 장악된 노영방송이란 말이 과히 틀리지 않는다. 2017년 8월 더불어민주당 워크숍 문건에 좌파 성향 언론노조 등을 앞세워 공영방송을 손아귀에 넣자는 내용이 있는데, 실제 그렇게 진행됐다. 문재인 정권은 KBS, MBC 사장을 해임하고 김밥 한 줄을 문제 삼아 강규형 KBS 이사를 내쫓았다. 이후 특정 정파 입맛에 맞는 보도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특정 기간 두 방송사의 주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친야 성향 패널 출연은 143회인 데 비해 친여 성향은 10회에 그쳤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 KBS 라디오 출연자 중 야당 성향은 여당의 7배를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전협정 70주년 보도는 ‘뒷방 신세’였고, 민주당 정권 때의 남북한 정상회담은 크게 부각했다. 편파 방송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수수방관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뒤틀어진 공영방송을 바로잡기 위한 결기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1분기 적자가 400억원을 넘는데도 직원 절반 이상이 억대 연봉자고, 보직 없는 억대 연봉자가 30%에 달하는 KBS의 방만 경영도 그대로 둬선 안 된다. 방송 민영화 등 구조개혁도 중요한 과제다. 미디어 공룡들의 국경 없는 경쟁 시대에 콘텐츠와 플랫폼 경쟁력 확보도 시급하다. 이 위원장은 과감한 규제 혁신,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산업의 자율성과 혁신성 제고 등도 약속했는데, 제대로 실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콘텐츠산업 성장 환경을 조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