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의 사퇴로 여권은 후임 인선을 놓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후임 장관을 고르는 데 따른 어려움이 아니라 인선의 절차 때문이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가급적 빨리 후임자를 인선한다는 원칙엔 이견이 없다.

주장관 경질문제가 단순히 새정부의 인사정책 실패를 넘어 공동정권의
국정장악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28일 "후임장관은 법에 의거해 총리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대변인의 말대로라면 이날 오후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회동에서 김총리
서리가 바로 후임장관을 제청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은 데 여권의 고민이 있다.

바로 "총리서리에게 장관 임명제청권이 있느냐"하는 서리체제의 "위헌성
논란" 때문이다.

헌법 87조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총리서리"는 제청권이 없다"며
정치공세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지난달 3일 조각때 굳이 고건 전총리가 장관을 제청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이와관련 여권내부에서도 "총리서리체제가 합헌이기 때문에 김총리서리는
장관제청권이 있다"는 강경한 입장에서부터 "조각때와는 달리 부분개각때는
총리의 제청이 필요없다"는 "제청생략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입장에선 서리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나중에라도 총리서리의 위헌성이 불거지면 장관의 업무처리가 법적 구속력
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

여권 일각에서 서리딱지를 먼저 떼고 후에 장관을 임명제청해야한다는
"선인준 후처리"론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장관 인선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반면 여권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의 속도가 한층 빨라져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의철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