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창'과 '방패'를 맡았던 국회 소추위원측과 대통령 대리인단측은 각각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양측은 탄핵심판 기간 내내 첨예하게 맞서며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양측을 실질적으로 이끈 사람은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64)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51).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 의원은 직접 변론을 지휘하며 탄핵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에 맞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 전 수석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간사를 맡아 탄핵의 부당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김 의원과 문 전 수석은 창과 방패로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쳤지만 예사롭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경남 거제 출신에 경남고를 졸업했다. 김 의원이 문 전 수석의 경남고 13년 선배.하지만 살아온 인생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서울대 법대 3학년 때 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공안검사로 이력을 쌓은 '엘리트 검사'출신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 50세에 검찰총장이 된 뒤 법무장관을 거쳐 정계에 투신했다. 이에 비해 문 전 수석은 유신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다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줄곧 재야 변호사로 활동하는 등 철저하게 음지의 삶을 살아왔다.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문 전 수석은 눈물을 글썽이며 "정치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국민이 통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결과에 승복한다"며 "이번 헌재 결정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날 헌재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 마무리됐지만 문 전 수석의 청와대 비서관 입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데다 김 의원도 17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해 향후 정치 분야 등에서 재대결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