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측근들과 경제철학을 공유하고 있을까. 정운찬 국무총리와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이 이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친서민 정책과 대 · 중소기업 상생 문제에 대해선 정 총리와 코드가 일치한다. 그는 학자 시절부터 '재벌체제'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정 총리가 최근 서민과 중소기업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학자 시절부터 갖고 있던 경제철학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26일 일부 참모들에게 대 · 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와 관련,"대기업에 시혜를 베풀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무조건 깎으면 품질저하밖에 안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대규모 리콜로 홍역을 치렀던 도요타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MB노믹스'의 기초를 닦은 것으로 알려진 강 위원장은 "친서민이야말로 MB노믹스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대기업에 대해선)자율과 경쟁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동시에 약자와 탈락자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경제철학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의 천서민 코드는 대선 후보시절부터 견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말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무렵 경제공약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한 참모가 '시장논리'를 강조하자 이 대통령은 "나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힘 없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다. 다시는 내 앞에서 그런 얘기(시장논리) 하지 마라"고 질책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경제관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총리와 강 위원장뿐만 아니라 백 정책실장 등 여러 참모들과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와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계에서는 한나라당 수도권지역 소장파 의원들이 중도실용 노선을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2008년 말 이후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을 전면에 내건 데는 박형준 전 정무수석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