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의 친노(노무현) 인사 9인이 21일 선대위에서 물러났다. ‘3철’로 꼽힌 양정철 메시지팀장, 전해철 기획본부 부본부장, 이호철 후원회 운영위원을 비롯 김용익 공감2본부 부본부장,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윤후덕 비서실 부실장,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 등 9인은 이날 ‘문재인 승리의 노둣돌이 되겠다’며 선대위 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이다.

9인은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에서 비서관급 이상을 지낸 인사들로 캠프 안에서 문 후보의 측근들로 분류됐다. 문 후보가 ‘용광로선대위’를 내세웠음에도 이들 10여명 안팎의 인사들로 인해 친노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9인은 성명서를 통해 “언제부터인가 친노는 민주당에서조차 낙인이 돼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고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실을 한 번도 부끄러워 해 본적이 없다. 그 낙인이 명예든 멍에든, 숙명처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후보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몸을 더 낮추고 뛰면서 ‘하는 데까지만 해 보자’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더한 희생이나 눈물도 쏟을 준비가 돼 있다”며 “저희들의 퇴진을 계기로, 제발 더 이상 친노, 비노를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고 덧붙였다. 친노인사 중에는 김경수 수행1팀장 정도만 남게 됐다.

이들의 퇴진은 문 후보가 정치쇄신을 위해 22일 발족예정인 ‘새정치위원회’와도 맥이 닿아있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쇄신경쟁은 물론 당내 인적쇄신에서도 문 후보가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날 이들의 사퇴 결심을 전달받은 문 후보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재인펀드 출자자와의 만남’ 직후 친노 9인 사퇴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문 후보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새로운 정치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고 밑거름이 되겠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이고 고맙다”는 말로 대신했다.

캠프 내 친노 인사 대다수가 사퇴함에 따라 관심은 이해찬 당 대표의 거취문제로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가 ‘무소속 후보 불가론’으로 안 후보와의 갈등을 촉발한 게 부담이다. 당내에서는 “더 이상 친노라는 이름의 마녀사냥은 안된다”는 쪽과 “후보 단일화 주도권과 추가 논란 차단을 위해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