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18조원 '국민행복기금' 설치…신불자 등 759만명 빚 탕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국민행복 10대 공약’이 나온다. 이 중 첫 번째가 가계부담 덜기, 즉 가계부채 해결 공약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때 어느 장소에서 유세를 하든 가계부채 공약을 빼놓지 않고 얘기했다. 서민들의 빚 부담 줄이기가 박 당선인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해결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치다. 이 기금을 통해 320만명이 넘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빚을 일부 탕감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게 박 당선인 가계부채 공약의 핵심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에 대한 배당액에서 3000억원을 출자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고유계정 차입금 7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700억원 등 1조87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해 조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10배 규모의 채권을 발행, 18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정부가 재원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공약의 최대 장점”이라며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혜택을 받는 대상이 금융채무불이행자 322만명을 포함, 총 759만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채무불이행자가 채무재조정을 신청하면 원금과 이자를 절반까지 탕감해 준다. 현재 최대 30%인 채무감면율을 5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최대 70%까지 탕감해 준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의 채무감면율은 최대 40%다.

다중채무자(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에 대한 금리 부담 완화 정책도 시행된다. 다중채무자가 대부업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경우 국민행복기금의 지원을 받아 1인당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10%대 장기상환 은행대출로 바꿀 수 있다. 대상자는 소득수준,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선별한다. 이 제도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6개월이나 1년 정도로 한시 운영될 전망이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실시 중인 프리워크아웃제도의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프리워크아웃이란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기 직전에 채무를 감면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는 이 제도의 혜택을 보려면 금융사 등에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기간이 ‘연속으로 30일 초과 90일 미만’이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이 기준을 ‘1년 이내 연체 일수 총 1개월 이하’로 바꾸기로 했다. 서민들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연체가 없더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를 넘는 채무자, DTI 40~60% 중 사정이 극히 어려운 채무자 등을 선별해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금리를 조정해 주기로 했다. 생애최초 내집 마련자, 영세 자영업자, 결손·장애인 가정, 생계가 어려운 노인가구 등이 대상이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체된 학자금대출 채무는 국민행복기금이 일괄 매입, 취업 후에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추심이 중단된다. 상환 능력에 따라 원금의 50%까지 감면해 주고 장기분할상환할 수 있게 해준다.

금융채무불이행자와 고금리 다중채무자의 빚을 덜어주는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모럴해저드가 생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당선인 측은 이를 고려해 채무자 지원은 자활 의지와 자구계획 이행 용의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출이 부실화된 것은 금융사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들도 부실대출 처리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