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방영된 중국 국영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별개로 해결하면서 한·중 간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본관에서 CCTV ‘환구시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방영된 중국 국영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별개로 해결하면서 한·중 간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본관에서 CCTV ‘환구시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한 중국 측의 3불(不) 요구에 대해 “사드 문제는 별개로 해결해 나가면서 양국 간에 경제·문화, 정치·안보, 인적교류·관광 등 분야에서 새로운 25년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불 원칙은 △사드 추가 배치 반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13~16일 방중(訪中)을 앞두고 중국 국영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CCTV 인터뷰 프로그램 ‘환구시선’과 한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이뤄졌고, 이날 저녁 늦게 현지에서 방송됐다.

◆3불 약속 이행 요구에 즉답 안해

CCTV는 “중국에는 언필신 행필과(言必信 行必果)라는 말이 있다. 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고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된다는 뜻”이라며 “한국 정부가 3불을 말했는데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드에 관한 한국의 입장은 과거부터 한국이 지켜왔던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다. 사드 문제는 별개로 해결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그런 입장에 대해서 서로 깊은 이해를 이룬 것이 지난 10월31일자 양국 간 협의였다고 생각한다”며 “(사드 관련)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최대 방송사이자 국영 방송사인 CCTV가 문 대통령에게 3불 원칙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지난 10월31일 ‘한·중 관계 개선 협의’에 따라 사드 문제를 ‘봉인’하기로 했지만, 중국 고위층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잇단 불만을 내비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사드는 별개 문제라고 밝히면서 역으로 중국 측이 ‘10·31 협의’를 이행해줄 것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정상회담을 한 뒤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이날 밝혔다. 사드 협의에도 중국 측이 사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공동성명에 양국 간 이견이 노출되는 위험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어둠 짙을수록 새벽 가까워”

문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특히 고고도 미사일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것이며 미국으로부터도 여러 번 다짐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다”며 시 주석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랜 친구 관계가 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북한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도 뒤처진 그런 나라가 오로지 핵 하나만 가지고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핵만이 자신들의 안보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며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한은 안보에서 아무런 위협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어둠이 짙을수록 오히려 새벽이 가까워 온다고 믿는다”며 “한국과 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면서 새벽을 앞당기는 노력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중 간 서비스 분야 협력 확대해야”

문 대통령은 사드와 북핵 문제를 겪으면서도 한국과 중국 간 경제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서비스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또 양국 간에 서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면서 함께 공동 번영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협상을 앞두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