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후보 대통령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꼭 보자고요. 대통령 병 걸린 X보다는 나으니까"

2016년 12월 31일 혜경궁 김씨(정의를 위하여@08_hkkim) 계정의 트위터에 게재된 글이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혜경궁 김씨' 계정 사용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방 글을 패륜 수준으로 올리면서 비난이 이어졌다.

2018년 4월 9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한창일 때, 당시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던 전해철 후보 측에서 '혜경궁 김씨'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이 사건이 공론화 됐다.

트위터 아이디의 이니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이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지사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곧 밝혀질 줄 알았던 '혜경궁 김씨' 사용자 확인 수사는 서버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했고 지난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운전기사 A씨가 계정 주인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A씨는 "계정을 여러 개 써서 혜경궁 김씨가 나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는 다소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또한 "운전기사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독자적으로 SNS 선거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운전기사로 일했다.

운전기사가 혜경궁 김씨 일 수 있다는 언론 보도 이전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야 할 당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 취하를 결정했다"며 혜경궁 김씨 계정에 대한 고발을 전격 취하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재명 지사 또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혜경궁 김씨' 계정 활동으로 인해 자신이 도움을 받기는 커녕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과 부인이 자신의 이니셜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공개해가며 악성 글을 쓸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점을 들며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의 계정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전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했다.

혜경궁 김씨의 4만여건 트윗을 조사한 경찰이 김혜경씨가 주인공이라고 본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는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 40분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이다.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린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고, 또 10분 뒤 이 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어떻게 이 지사 트위터보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사진이 먼저 올라올 수 있나.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직접 나서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먼저 올린 사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워낙 많아 혜경궁 김씨와 김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검찰과 경찰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가 그동안 일관되게 부인 김혜경 씨와 '혜경궁 김씨' 연관성을 부인해 온 탓이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경찰 발표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08__hkim이 김혜경이라는 스모킹 건? 허접하다"라며 "아내가 원본 사진을 손으로 잡아 찍어 카카오스토리에 공유한 지(손가락이 찍힘) 10여분 후 그 사진이 트위터에 공유됐다. 트위터 계정주는 아내 카카오스토리를 볼 수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수 있다. 아내가 공유한 사진을 트위터 계정이 받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한 채 '트위터가 처음 사진을 공유했다'는 거짓 가정하게 '사진 주인이 트위터 계정주'라 단정한 경찰의 무지와 용기가 가상하다"고 항변했다.

이 지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두고 '지록위마'라고 말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김혜경 측 변호인 또한 "직접적인 증거가 있나"라며 해당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에서 트위터 본사를 통한 계정주의 정보나 IP주소 등 김씨를 특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는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과 이 지사 측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