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벤처조직' 만들랬더니…결국 밥그릇 늘리기?
세종시 중앙부처 사이에서 4급 정원 한 명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행정안전부가 공직사회를 혁신하겠다며 추진 중인 ‘벤처형 조직’이 인력 충원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현장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벤처형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서를 냈다. 환경부에는 지난해 말 꾸려진 미세먼지대책 태스크포스(TF)가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TF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며 “미세먼지가 워낙 국민적 관심사라 흑묘든 백묘든 상관없이 인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벤처형 조직은 희망 부처별로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프로젝트팀이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조직 ‘C-Lab’을 본떴다. 신기술 도입 등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이 부서장으로 사업을 총괄한다는 구상이다. 탁상행정을 없애고 혁신적인 ‘고수 공무원’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벤처형 조직이 생기면 팀장급으로 4급 정원을 한 명 늘려준다는 말에 부처들은 ‘재탕 정책이라도 계획서부터 내고 보자’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올초 선도사업 추진계획으로 발표한 ‘커뮤니티 케어’ 전담조직을 구성하겠다고 손 들었다. 해양수산부가 벤처형 조직의 목표로 내건 ‘스마트해양물류’는 지난 1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교육부가 제출한 ‘학교 공간혁신 추진사업’은 유은혜 장관을 단장으로 한 추진단까지 꾸린 상태다.

각 부처에서 벤처형 조직 신설 계획과 아이디어가 쏟아지지만 행안부는 언제까지, 몇 개 팀을 선정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지 않으냐”며 “기존에 과(課) 단위에서 다른 정책과 함께 추진하다 보니 집중도나 추진력이 떨어졌던 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벤처형 조직은 총액 인건비 방식이라 기존 직원의 연가보상비를 깎아 새 조직원의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 없이 추진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처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바뀌면 언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지 모르는 사업이 많다 보니 최소 2년간은 팀장급 한 자리를 보장받으려는 것”이라며 “인력 충원 역시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