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윤 후보자 사퇴를 요구해온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19일 끝나는 6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할 판이다. 정치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7월 임시국회 개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무총리의 순방도 정상급 외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무총리의 순방도 정상급 외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윤석열호 검찰 출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윤 신임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후보자로 지명한 뒤 약 한 달 만이다. 윤 신임 총장의 임기는 문무일 현 총장의 임기가 끝난 직후인 25일 0시부터 시작된다. 윤 총장 임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임명 날짜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임명 강행’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청문회 위증 논란 등 야권의 반발이 있었지만 윤 총장 임명을 가로막진 못했다. 적폐청산 수사와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청와대의 판단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8일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윤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개인 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야권이 윤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끝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검찰총장은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가 필요 없어 국회에서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16명이 됐다.

야권 “대통령 독선” 반발

야권은 ‘국회를 무시한 행위’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임 정권 보복과 탄압에 절대 충성한 윤 총장의 임명은 의회 모욕, 의회 무시, 국민 모욕, 국민 무시이며 도를 넘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앞에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대통령은 그런 검찰총장을 위해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며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력화한 독선의 상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17명, 박근혜 정부 때는 10명이었다.

청와대는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정치적인 부담을 하나 더 얹게 됐다. 여야 5당 대표가 18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협치’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 신임 총장 임명 재가와 회동은 별개”라고 5당 대표와의 회동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에 대해 선을 그었다.

7월 국회 가능성도 ‘고개’

여야가 대치 중인 정국은 더욱 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두고 부딪치며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 기한은 19일이다. 그 전까지 의사일정이 확정되지 못하면 추가경정예산안은 물론 주요 핵심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진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요구대로)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해 의사일정을 이틀 잡아달라는 것이 받아들여지면 이후 국회 관행이 된다”며 “그것은 재앙이며 나쁜 선례”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권 내에서도 정 장관 교체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도 해임결의안 표결조차 못하는 것은 여당의 오기 중 오기”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에선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관련 경찰 소환을 피하기 위해 7월 ‘방탄국회’를 열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일정 합의 불발로 19일 추경 처리가 무산될 경우 7월 임시국회 소집 후 원포인트 본회의 등으로 추경을 처리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6월 국회 회기 안에 추경 처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그 경우 7월 국회 소집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은이/박재원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