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靑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막판 선회…한·일 파국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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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참석 NSC서 결정
일본의 수출규제 해소 전제
美 요구에 日과 '물밑 교섭'
일본의 수출규제 해소 전제
美 요구에 日과 '물밑 교섭'
청와대가 일본의 수출규제 해소를 조건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 연장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애초 23일 0시 종료 예정이었던 지소미아가 연장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수출규제를 택했기 때문에 종료 결정을 취소할 만큼의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은 지소미아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내세웠다. 일본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는 별개라고 맞서왔다. 양국이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합의한 데는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소미아 필요성을 강조하며 양국을 설득해온 미국의 중재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앞두고 막판까지 한국에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전방위 압박했다. 미 상원은 21일(현지시간)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건 상정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결의가 이뤄졌다. 결의안엔 “지소미아는 인도·태평양 안보와 방어의 토대가 되는 중대한 군사정보 공유 합의”라며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상대하는 데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권 공화당 소속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지소미아에 계속 참여할 것을 한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지소미아에 대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적들이 있다”며 중국과 북한을 거론한 뒤 “우리끼리 싸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韓·美·日 안보협력 붕괴 우려에
지소미아 종료 6시간 前 '극적 반전' 23일 0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 합의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차질에 대한 우려도 일단 해소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일본과의 추가협상을 통해 경제제재 철회를 통한 관계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美, 한·미·일 군사공조 붕괴 압박 통했나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는 동북아시아 안보공백을 우려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공개적으로 강한 실망과 유감을 나타내온 미국이 군사·외교적으로 전방위 공세를 취하며 한국과 일본을 향한 설득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안보축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지소미아의 파기가 자국 안보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시 미국이 한반도 안보 위협 증가를 빌미로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을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강력히 반대해온 배경에는 2017년부터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관련해 새롭게 내세운 안보 아젠다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일종의 띠처럼 엮어 안보 포위망을 형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맥락에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 군사공조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8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에서 탈퇴한 뒤 미·중 간 군사패권 경쟁은 점점 표면화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으로선 지소미아 종료가 중국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나 한·일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 아시아 순방 중 들른 베트남에서도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평양, 베이징과 관련한 더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정보공유가 안보 핵심”
미국은 한반도 안보의 핵심을 한·미·일 간 군사정보 공유로 보고 있다. 삼각축 중 하나인 한·일 군사정보 교환이 사라지면서 한반도 안보에 사각지대가 생길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미국을 통하면 원칙적으로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는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2014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이다. TISA에 따르면 정보 요청이 있을 때 한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이 관련 정보를 먼저 미국 국방부에 전달한다. 이를 접수한 미 국방부는 미국 비밀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해당 정보에 비밀등급을 표시한 뒤 양국에 전달한다.
다만 TISA는 반드시 미국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정보 유통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밀등급이 높은 정보가 공유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1급 수준의 정보 공유가 가능한 지소미아와 달리 TISA는 2~3급 수준의 정보가 공유된다. 상대국이 1급 정보를 원한다 해도 기밀 누설 등의 우려가 있으면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이 필요하다고 미국에 정보 요청을 해도 일본이 거부하면 공유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한·일 후속협상 이어질 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의 방일은 23일 0시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앞두고 뒤늦게 확정됐으며 22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G20 외교장관회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을 접촉해 22일 낮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G20 외교장관회의 의장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며 미국에서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대신 존 설리번 부장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참석한다. 스틸웰 차관보는 최근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아 양국 갈등 해소를 촉구한 바 있다.
이정호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dolph@hankyung.com
청와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애초 23일 0시 종료 예정이었던 지소미아가 연장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수출규제를 택했기 때문에 종료 결정을 취소할 만큼의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은 지소미아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내세웠다. 일본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는 별개라고 맞서왔다. 양국이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합의한 데는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소미아 필요성을 강조하며 양국을 설득해온 미국의 중재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앞두고 막판까지 한국에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전방위 압박했다. 미 상원은 21일(현지시간)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건 상정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결의가 이뤄졌다. 결의안엔 “지소미아는 인도·태평양 안보와 방어의 토대가 되는 중대한 군사정보 공유 합의”라며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상대하는 데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권 공화당 소속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지소미아에 계속 참여할 것을 한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지소미아에 대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적들이 있다”며 중국과 북한을 거론한 뒤 “우리끼리 싸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6시간 前 '극적 반전' 23일 0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 합의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차질에 대한 우려도 일단 해소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일본과의 추가협상을 통해 경제제재 철회를 통한 관계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美, 한·미·일 군사공조 붕괴 압박 통했나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는 동북아시아 안보공백을 우려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공개적으로 강한 실망과 유감을 나타내온 미국이 군사·외교적으로 전방위 공세를 취하며 한국과 일본을 향한 설득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안보축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지소미아의 파기가 자국 안보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시 미국이 한반도 안보 위협 증가를 빌미로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을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강력히 반대해온 배경에는 2017년부터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관련해 새롭게 내세운 안보 아젠다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일종의 띠처럼 엮어 안보 포위망을 형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맥락에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 군사공조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8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에서 탈퇴한 뒤 미·중 간 군사패권 경쟁은 점점 표면화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으로선 지소미아 종료가 중국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나 한·일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 아시아 순방 중 들른 베트남에서도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평양, 베이징과 관련한 더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정보공유가 안보 핵심”
미국은 한반도 안보의 핵심을 한·미·일 간 군사정보 공유로 보고 있다. 삼각축 중 하나인 한·일 군사정보 교환이 사라지면서 한반도 안보에 사각지대가 생길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미국을 통하면 원칙적으로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는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2014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이다. TISA에 따르면 정보 요청이 있을 때 한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이 관련 정보를 먼저 미국 국방부에 전달한다. 이를 접수한 미 국방부는 미국 비밀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해당 정보에 비밀등급을 표시한 뒤 양국에 전달한다.
다만 TISA는 반드시 미국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정보 유통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밀등급이 높은 정보가 공유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1급 수준의 정보 공유가 가능한 지소미아와 달리 TISA는 2~3급 수준의 정보가 공유된다. 상대국이 1급 정보를 원한다 해도 기밀 누설 등의 우려가 있으면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이 필요하다고 미국에 정보 요청을 해도 일본이 거부하면 공유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한·일 후속협상 이어질 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의 방일은 23일 0시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앞두고 뒤늦게 확정됐으며 22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G20 외교장관회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을 접촉해 22일 낮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G20 외교장관회의 의장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며 미국에서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대신 존 설리번 부장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참석한다. 스틸웰 차관보는 최근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아 양국 갈등 해소를 촉구한 바 있다.
이정호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