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주한 美대사 "문 대통령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가 최근 여야 의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1일 뒤늦게 알려졌다.

복수의 여야 관계자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지난 9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소속 여야 의원 10여 명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당초 모임 취지는 한·미 에너지 분야 협력 문제 논의였지만 화제는 외교·안보 문제로 바뀌었다. 의원들은 “북한의 핵 무력이 완성됐다고 보느냐”,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얘기해 달라”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년 4월 총선 전에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한 야당 의원이 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자 해리스 대사가 이 ‘종북 좌파’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이 “그 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형식에 맞지 않으니 (해당 대화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해 다시 에너지 관련 대화로 넘어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가 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이념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대사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을 5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압박성 발언을 해 “외교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나왔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이에 대해 “비공개 외교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회장인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전날 해리스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비공개 회동 내용이 알려진 데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