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내년 국회의원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그러나 내년 선거 규칙을 확정해야 할 국회가 전날까지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놓고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예비후보들은 선거 룰도 지역구도 모르는 상태로 ‘깜깜이’ 선거를 치르게 됐다.

예비후보 등록을 앞둔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의 선거구인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구는 국회의 논의에 따라 인근에 있는 종로구와 합쳐질 수도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구·성동을 지역구와 맞닿아 있는 종로를 비롯해 26개 선거구가 선거법이 원안대로 처리된다면 인구수 부족으로 다른 지역구와 통합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단독 선거구로는 인구가 미달하는 종로·중구 지역구가 내년 선거 때 합쳐지고 성동구가 하나의 지역구로 합쳐져 따로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씨는 “그동안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 논의가 지역구를 크게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돼 마음을 놓고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예비후보 등록일을 며칠 남기지 않고 갑자기 선거법 개정안 원안 상정 이야기가 나와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당장 통합되는 지역의 예비후보는 지역구를 바꾸거나 출마를 포기할 생각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여당은 예비후보 등록일을 감안해 이날 전까지 선거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선거법 단일안 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한을 넘기게 됐다.

민주당은 “협상이 실패했으므로 선거법 원안을 상정해 표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안대로 지역구가 225석으로 줄면 현재 253개 지역구에서 28개가 줄어든다. 인구 미달 지역과 인근 지역이 영향받는 점을 고려하면 60여 개 지역구가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선거제 개혁을 매듭지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과거 사례를 보면 2월, 심한 경우 3월에 선거구가 획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선거법을 처리해 현장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