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韓, 병력 보내길 희망"…청해부대 '왕건함' 호르무즈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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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정면충돌에 '호르무즈 파병' 고심 커진 정부
靑 "다각 검토…확정된 것 없다"
靑 "다각 검토…확정된 것 없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둘러싼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작년 6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피격 사건이 잇따르자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한국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참여를 요청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가능성 등 예측하기 힘든 돌발 변수가 많아 정부가 ‘파병 득실’을 따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한·미 동맹 차원에서 어렵사리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국회 비준 동의를 놓고 정치권의 불꽃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익 저울질하는 정부 “확정 안돼”
8일 현재 우리 군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건 없다”이다. 미국의 직간접적인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7일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도입되는 중동산 원유의 90% 이상과 국내 해운사의 컨테이너선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우리 선박의 안전을 위해 이 지역을 지켜야 할 이유와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외교가 일각에선 진행 중인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을 막을 협상 카드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 대부분은 “한·미 동맹 관계를 감안할 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이 지난달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며 선제적으로 독자 파병(해상초계기, 호위함 1대씩)을 결정한 것도 우리 정부에 부담 요인이다.
반면 섣부른 파병 결정이 중동 지역 교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중동권 첫 수교국인 이란을 한순간에 적으로 돌려세우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결국 이란은 우리를 적대세력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며 최종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국의 우방들이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활용 가능성 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파병은 호르무즈해협 인근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임무 지역을 변경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덴만과 호르무즈해협 간 해상 거리는 2000㎞ 이내로 구축함 기준 사나흘이면 이동할 수 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선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작전을 펴고 있다. 청해부대는 6개월마다 임무를 교대하는데 강감찬함을 교체할 31진 왕건함(4400t)이 지난달 27일 부산항을 떠났다. 왕건함의 승조원 수는 300여 명이며, 이달 말 아덴만에 도착한다. 그 사이 파병 결정이 내려지면 왕건함의 최종 목적지는 아덴만이 아니라 호르무즈해협으로 바뀐다.
다만 파병 결정 과정에서 국회 비준 동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일각에선 청해부대의 파병동의안에 ‘상급 지시에 따라 작전구역을 옮길 수 있다’고 적시된 만큼 추가 동의가 필요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작전 임무의 성격이 기존 ‘해적 퇴치’에서 ‘국가분쟁 참여’로 바뀌는 만큼 별도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된다. 파병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정치권 정쟁으로 실제 파병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 협상 지연될 듯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의 외교력이 중동 지역에 집중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현상 유지 수준의 관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북한과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상황을 주시하면서 전략을 다시 세울 것”이라며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집중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북한은 자기들 주장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임락근 기자 dolph@hankyung.com
손익 저울질하는 정부 “확정 안돼”
8일 현재 우리 군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건 없다”이다. 미국의 직간접적인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7일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도입되는 중동산 원유의 90% 이상과 국내 해운사의 컨테이너선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우리 선박의 안전을 위해 이 지역을 지켜야 할 이유와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외교가 일각에선 진행 중인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을 막을 협상 카드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 대부분은 “한·미 동맹 관계를 감안할 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이 지난달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며 선제적으로 독자 파병(해상초계기, 호위함 1대씩)을 결정한 것도 우리 정부에 부담 요인이다.
반면 섣부른 파병 결정이 중동 지역 교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중동권 첫 수교국인 이란을 한순간에 적으로 돌려세우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결국 이란은 우리를 적대세력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며 최종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국의 우방들이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활용 가능성 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파병은 호르무즈해협 인근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임무 지역을 변경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덴만과 호르무즈해협 간 해상 거리는 2000㎞ 이내로 구축함 기준 사나흘이면 이동할 수 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선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작전을 펴고 있다. 청해부대는 6개월마다 임무를 교대하는데 강감찬함을 교체할 31진 왕건함(4400t)이 지난달 27일 부산항을 떠났다. 왕건함의 승조원 수는 300여 명이며, 이달 말 아덴만에 도착한다. 그 사이 파병 결정이 내려지면 왕건함의 최종 목적지는 아덴만이 아니라 호르무즈해협으로 바뀐다.
다만 파병 결정 과정에서 국회 비준 동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일각에선 청해부대의 파병동의안에 ‘상급 지시에 따라 작전구역을 옮길 수 있다’고 적시된 만큼 추가 동의가 필요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작전 임무의 성격이 기존 ‘해적 퇴치’에서 ‘국가분쟁 참여’로 바뀌는 만큼 별도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된다. 파병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정치권 정쟁으로 실제 파병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 협상 지연될 듯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의 외교력이 중동 지역에 집중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현상 유지 수준의 관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북한과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상황을 주시하면서 전략을 다시 세울 것”이라며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집중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북한은 자기들 주장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임락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