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꼼수경쟁' 거대 양당…"후보 이력서 볼 시간도 없다"
“각별히 신경 좀 써주세요. 이상하게 꾀부리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요.”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강창일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전략에 대해 이렇게 우려했다. 최근 거대 양당이 비례정당을 활용한 의석수 확보에 경쟁하듯 열을 올리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강 위원장은 “우리 당(민주당)보다 다른 당(미래통합당)이 더 심하다”고 했지만 국민이 보기엔 ‘오십보백보’다. 정당 정치의 원칙을 무시하고 위성정당을 내세워 ‘꼼수’를 쓰고 있는 모습이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양당은 모두 ‘꼼수’의 명분을 서로에게서 찾았다. 통합당은 “말도 안 되는 선거법의 부작용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 역시 “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맞서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례정당 활용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서로를 향해 “정치공작 때문에 선거판이 엉망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꼼수 경쟁’ 속에서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커져 가고 있다. “위성정당은 한국 정치사의 오점”이라던 민주당은 결국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결정한 뒤 ‘파트너’ 선정에서부터 파열음을 냈다. 민주당 움직임에 맞춰 군소정당들의 ‘헤쳐 모여’도 벌어졌다. 일찌감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시킨 통합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미래한국당 지도부와 낯뜨거운 기싸움을 벌이면서 당대표까지 갈아치웠다. 이 과정에서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 같은 험한 말도 오갔다.

당장 이달 27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쳐야 하지만 비례정당들은 공천 명단조차 못 내놓고 있다.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이날에서야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병호 공관위원장을 경질한 미래한국당도 공천 명단을 원점에서 손볼 계획이다. 후보자 수백 명의 역량을 검증하고 순번을 정하기는커녕 이력서를 제대로 볼 시간조차 부족하다. 당내에서조차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모양새”(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꼼수판’을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당장 21대 국회에서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내내 국회를 멈춰 세웠던 선거법 개정안이 결국 ‘일회용’으로 전락한 셈이다. 여야의 ‘꼼수 경쟁’을 총선 전략으로만 치부하기엔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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