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동료 의원들에게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동료 의원들에게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4선의 김태년 의원이 선출됐다. 7일 국회에서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투표에서 전체 163표 중 82표를 얻은 김 신임 원내대표는 경쟁자인 전해철(72표)·정성호(9표) 의원을 누르고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절치부심 끝에 거여(巨與)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통합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위기 대책을 직접 챙기며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동문, 친문 핵심

1964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김 원내대표는 구두수선공 아버지와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경희대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장을 맡으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상임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경기 성남수정)로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친노(친노무현) 그룹’에 속한다. 경기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김 원내대표는 2002년 ‘노무현 후보 지키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현실 정치에 발을 들였다. 친노 좌장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 취임 뒤 주요 당직을 맡은 윤호중 사무총장(4선),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재선) 등 친노이자 이른바 ‘당권파’ 의원들과 가깝다. 김경협·홍익표 의원(3선) 등도 김 원내대표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친노이면서 친문(친문재인)으로 통한다. 그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친문과 비문을 구별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지난해 선거에서는 “친문이 맞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친문으로 분류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83학번)는 경희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경희대 법대를 졸업한 문 대통령(72학번)과는 학번이 11년 차이다.

그의 의원 생활에도 시련은 있었다. 18대 총선 때 재선에 도전했지만 단 129표 차로 신영수 한나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2018년 10월 5일 ‘10·4 선언 11주년 기념식’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일도 회자된다. 당시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김 원내대표에게 “배 나온 사람한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 이해도 높아

김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거둔 대표적인 성과로 신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 샌드박스법 등 ‘규제혁신 5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을 꼽는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이런 성과를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혁신성장을 경제 정책의 주요 축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이들 법 통과가 필수적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 과정에서 새벽까지 토론하고, 밥 먹고 설득하고, 술도 마시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며 “쟁점 사항을 협상할 때마다 기력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의 추진력과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한 이해찬 대표는 추미애 대표 시절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된 그를 재선임했다. 결국 규제혁신 5법은 2018년부터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 내 한 중진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 대해 “불도저 같으면서도 소통에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현장 중심형’ 국회의원으로 꼽히기도 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저서에서 그에 대해 “초선 시절 임기 4년 동안 지역구에 있는 모든 중소기업을 방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작은 공장들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유 이사장의 평가에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산업자원위원회 소속으로, 공무원의 보고서나 책을 통해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극복이 과제”

그는 이날 선거 직전 “더 이상의 원내대표 도전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 내 한 중진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낙선 이후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겸손해진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며 표를 던졌다고 귀띔했다.

김 원내대표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이다. 김 원내대표는 “절박한 마음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민생을 챙기겠다”며 “당 정책위와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를 설정하고, 과제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 김태년 원내대표는

△1964년 전남 순천 출생
△1983년 순천고 졸업
△1990년 경희대 행정학과 졸업
△1995년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국민참여운동본부 성남공동본부장
△2004년 17대 국회의원(경기 성남수정)
△2012년 19대 국회의원
△2016년 20대 국회의원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2020년 21대 국회의원 당선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