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품격 있는 정치, 일하는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하고 싶다."

최근 치러진 4·15 총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지역구를 꼽으라면 서울 동작을이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보수 진영의 거물 정치인인 4선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에 민주당이 정치 신인을 전략공천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했다. 두 후보는 여성 판사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지만 전혀 다른 정치관을 앞세워 동작구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했다.

기자가 이 당선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선거캠프를 방문했을 때도 이미 다른 매체가 인터뷰 중이었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당선인사와 인터뷰에 여념이 없다는 그를 한경닷컴이 만나고 왔다. 다음은 이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동작을'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컸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의지가 집중된 것이라고 본다. 폭력 국회와 막말 정치를 주도하고 여당에 늘 발목잡기를 일삼았던 나 후보에 대한 심판 요구가 매우 컸다. 실제로 제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번에는 꼭 이겨달라"였다. 엄청난 관심을 받고 당선된 것이어서 어깨가 무겁다. 품격 있는 정치, 일하는 정치로 국민께 보답하려고 한다.

▶ '4선 중진' 나 의원을 꺾은 승리의 요인을 꼽는다면.

오직 진정성으로 승부했다. 동작을의 변화가 정치개혁의 출발이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 때문에 선거 전략도 상대 후보에 대한 언급보다는 동작을을 위해 제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많이 지쳐 있을 국민들께 위로를 드리고 싶었고, 선거 기간 내내 "건강 조심하시라"라는 말씀을 많이 드렸다. 감사하게도 지역 주민들께서 저의 그런 진심을 알아주신 게 승리의 요인이 아닐까 싶다.
총선을 앞두고 TV토론회에서 만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TV토론회에서 만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여당 입장에선 동작을이 험지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략 공천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는가.

사실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사명감으로 수락했다. 당시 동작을에 제가 꼭 필요하다는 당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꿈꾸는 정치개혁을 동작을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반대로 지역주민들로부터 힘을 많이 얻었다.

▶ 판사라는 직업을 평생 해오다 정치에 입문했다. 두 직업의 차이점이 있다면?

정치인은 판사와 달리 고려해야 할 대상의 범위가 훨씬 넓더라. 판사는 법전과 판례로 옳은 판결만 내리면 된다. 또 판사 개인이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정치인은 언론 인터뷰도 많이 해야 하고, 대중의 관심도 너무 컸다. 저의 일거수일투족 많은 부분이 공개되기 때문에 처음엔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적응이 됐다. 주목해 주시는 만큼 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을 알고 있다.

▶ 동작을의 가장 시급한 현안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주거 비율이 높은 지역이지만 교육과 문화, 복지, 교통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우선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가장 높은 흑석동 고등학교 유치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을 살려 한강수변공원을 조성하고 사당동 공공복합청사 건립, 숭실대 드림센터 내 주민편의시설 유치, 강남으로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시내버스노선 신설도 추진하겠다.

이와 관련해 당선 직후부터 공약 이행 노력을 시작했다. 지난달 24일엔 동작구청과 회의를 갖고 지역정책 현황을 공유했다. 지난 6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도 가졌다. 동작구청장, 서울시장 모두 민주당이지 않나. 원팀으로 그동안 적체됐던 지역 현안을 속히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에 붙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 벽보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에 붙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 벽보 모습 [사진=연합뉴스]
▶ 국회에 입성하면 사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근본적으로 법원 조직을 변화시키려면 사법 농단에 연루된 법관의 탄핵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많은 국민들께서 법관 탄핵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요구해 주고 계신다. 그러한 시대적 요구가 저처럼 사법개혁 의지를 가진 법관 출신 당선자가 배출된 이유일 것이다.

또 사법 농단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원 조직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해 중요한 사법 정책 결정에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게끔 하겠다. 소년통합법원, 국제상사법원과 같은 전문법원 설치도 추진하려 한다. 그래야 법관들이 전문성을 높이고 특화된 재판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

▶ 최근 대전고법 이인석 판사의 '존댓말 판결문'이 화제다.

존댓말 판결문을 적극 환영한다. 모든 재판에 확산되기를 바란다. 법원의 권위주의 탈피는 제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다.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재판서비스를 받을 때 존중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앞으로도 사법부가 이러한 기본 표현부터 시작해 근본적으로 국민을 존경해야 한다.

▶ 21대 국회는 역대 국회 중 초선의 비율이 가장 높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초선이 많은 만큼 정치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가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려면 저부터 더 노력해야 한다. '일하는 국회법'을 면밀히 살피고 제도화하고자 한다.

▶ 당선인은 언론 개혁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언론의 자성과 변화 의지다. 법으로 언론을 구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관련 현행법들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고 고민해보겠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언론 자체가 존재 이유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께서는 이미 왜곡보도, 편파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언론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는 정통 언론 외에도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 여러 창구가 생겼다. 언론이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어둡다고 본다. 법적 장치보다 언론 스스로 변화하길 촉구하겠다.
 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당선인이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역 인근에서 주민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0.4.16 [사진=연합뉴스]
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당선인이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역 인근에서 주민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0.4.16 [사진=연합뉴스]
▶ 조두순이 올해 12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데 확실한 대책 없을까.

성폭력 강력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에 대한 국민 불안에 공감한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재범을 저지르는 강력범죄 사례가 있어서다. 안타깝게도 현재 법적 상황으로 조두순에 대한 재심청구는 불가능하다. 결국 관리의 문제다. 조두순에 대한 위치 추적을 면밀하게 살피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성범죄자의 출소 이후의 관리에 대해 사법체계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숙제에 직면했다고 생각한다. (당선인은 과거 '나영이 성폭행 사건'에서 나영이 가족이 검찰에게 부당한 조사과정을 당했다며 청구한 손배소 재판의 판사였다. 당선인은 당시 나영이 가족의 손을 들어줘 검찰에 1300만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동작을 주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선거기간 많은 분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지지와 응원이 정말 컸고 힘이 됐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초심을 잃지 않고 늘 국민만 바라보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