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를 보완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총 174건이다.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추진한 뒤 이에 대한 경영계의 보완 요구가 쏟아지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건수(219건)가 19대 국회(110건)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야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비롯한 주 52시간제 보완 법안은 사실상 처리가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미래통합당이 선택근로제 확대라는 큰 사안을 논의에 끼워 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우리 당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해 판을 깼다”고 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경영계는 3개월로 돼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정부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지난해 2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를 바탕으로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면서 폐기 기로에 선 것이다.

최저임금법 보완 논의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환노위에 계류돼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만 82건이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이원화를, 통합당은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을 두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느라 최저임금법은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21대 국회가 들어서도 하반기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