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허용…공정위, 巨與 믿고 재추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사실상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인증한 개별 가맹점 사장이 모인 단체에 노동조합처럼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협상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에게 일반 기업 근로자와 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 12월 가맹점주로 구성된 단체의 협의 요구를 본사가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안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이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가맹점주단체에 신고필증을 발부하는 방식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단체의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본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맹점주단체의 교섭을 거부하면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본사가 마케팅을 위해 벌이는 광고판촉 행사 때 사전에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확정적이란 관측이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도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법안 처리에 문제가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법에 있는 협의 규정이 실질적 효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법안 취지”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가맹점 단체교섭권 부여 반발
"본사-가맹점은 파트너…노사관계 아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 보장을 본격 추진하는 데 대해 가맹 사업의 본질을 간과한 행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대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계약을 맺고 함께 사업을 하는 파트너 관계”라며 “고용주와 고용인처럼 잘못 해석한 뒤 본부에 단체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업의 본질을 모른다”

공정위는 요건을 갖춘 특정 가맹점주 단체에 대표성을 인정해 본사와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실상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의 근간을 흔든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이때 가맹점에 납품하는 재료와 물건 종류부터 가격 등이 거래 조건으로 명시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필수 원재료 등을 납품해 이익을 얻는다. 이 이익으로 본부가 가맹점을 관리하고, 신제품을 개발한다. 일부는 브랜드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맹점주 단체가 필요한 재료의 외부 거래처 조달이나 납품 가격 협상을 본사에 요구할 권리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프랜차이즈 사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같은 브랜드라면 모든 점포에서 같은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게 프랜차이즈의 본질인데 이를 무너뜨린다는 하소연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협의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파리크라상, 뚜레쥬르, 정관장, BBQ와 bhc치킨 등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수년 전부터 자율적으로 꾸려진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단체 협상을 매년 벌이고 상생 방안을 모색해왔다. 2013년 출범한 가맹점주협의회에는 37개 브랜드가 소속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대표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가맹점 100개 이상을 보유한 가맹본부 86곳 가운데 50곳이 이미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했거나 구성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여 곳은 본부와 가맹점 간 상생협약을 맺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마진과 가격, 품질 이슈 등 가맹점과 가맹본부 사이에 자율적으로 협의해온 부분이 법적으로 강제화되면 갈등과 분열만 더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신생 프랜차이즈일수록 가맹점 지원 여력이 부족해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창업 3년차인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대표는 “가맹점주는 가맹본부가 고용한 특수고용직도 아니다”며 “가맹본부에 사용자와 같은 권리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의무만 부여하는 법이라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가맹점주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B치킨을 8년째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소수의 가맹점이 갖고 있는 불만이 수면 위로 나와 본부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으면 바로 가맹점주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강행으로 입장 바꾼 공정위

프랜차이즈업계의 이런 입장을 공정위가 처음부터 외면했던 건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을 때만 해도 공정위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공정위는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와 달리 양자 모두 독립된 사업자”라며 “이들을 노동관계와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위는 4·15 총선 전 당정 협의를 통해 가맹점주에 단체교섭권을 허용하기로 민주당과 의견을 모으긴 했지만 별도의 법안을 제출하지는 않았다. 올해 초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입법 계획에도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4·15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공정위가 적극 개정 추진으로 입장을 바꿨다. 개정안에는 가맹점주 단체교섭권뿐 아니라 광고판촉 행사 시 사전 동의 의무화, 가맹사업 전 직영점 운영 의무화 등 여당이 요구해온 내용이 대거 포함될 계획이다.

조미현/김보라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