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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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실정에 맞는 범위 안에서 ‘한국식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내놓은 기본소득 관련 언급 중 가장 진전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대량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활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등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 실정에 맞는 범위 내에서 한다면 한국식 기본소득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의 소득세’는 개인의 소득이 최저생계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최저생계비와 실제 소득 간의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다. 보통의 소득세는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지만 이 제도는 역으로 저소득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부의 소득세 또는 역소득세라고 부른다.

부의 소득세 시스템에서는 특정 기준까지의 소득에는 세금이 없고, 그 수준보다 높은 소득엔 세금을 부과하며, 이보다 낮은 소득의 사람들은 부족한 부분을 지원받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 아젠다로 제안한 ‘안심소득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오 전 시장은 최근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안심소득제를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오 전 시장의 말에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심소득제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부의 소득세 개념을 변형·발전시켜 제시한 아이디어로 오 전 시장이 박 교수의 책을 읽고 관심을 표하며 연락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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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위원장이 ‘한국식 기본소득제’를 언급한 만큼 이 같은 안심소득제를 통합당식 기본소득의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은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소득이란 개념이 나오니 사람들이 당황하고, 대체 (통합당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회의적 입장을 가진 분들이 너무도 많다”며 “논란이 분분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기본소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지사를 향해서도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과 한계를 도출해 통합당이 어떻게 기본소득을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원 지사는 “교육과 소득 보장, 주택과 의료 등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본소득 논의는 그 자체만 보면 깊이 짚어봐야 할 문제가 많은데 잘 경청해서 앞으로 논의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