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가 북한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의 외설적인 사진에 모욕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는 29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월 31일 (전단) 살포는 북한 지도자의 부인을 향한 추잡하고 모욕적인 선전전의 성격을 띠었고 포토샵까지 이용한 저열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민 단체가 살포한 전단 일부에서는 포르노 DVD 표지에 ‘설주의 사랑’이란 제목과 함께 이설주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함께 있는 모습이 실렸다. 기존 포르노 작품의 남녀 배우에 이설주와 노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이설주는 북한에서 ‘최고 존엄’에 버금가는 위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여러 차례 대동하면서 북한 내에서 공식 영부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 같은 대우는 북한에서 이례적인 것이다. 김일성은 1973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후처 김성애의 대외석상 동반을 중단했고, 김정일은 성혜림, 김영숙, 고영희, 김옥 등 네 명의 부인을 대외 석상에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북한 매체들은 이설주에게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간 여사라는 표현은 김일성의 조모인 이보익, 생모인 강반석,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을 언급할 때만 쓰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