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본회의에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본회의에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라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국회방송 NATV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단독 처리'한 가운데 의결에 앞서 진행됐던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사진)의 '5분 발언'이 동료 의원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임대차 3법 처리를 앞둔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 단상에 올라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는가, 그렇지 않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며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 중 조수진, 윤희숙 의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 중 조수진, 윤희숙 의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한다"며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전세가)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윤 의원의 발언 이후 동료 의원들 사이에선 찬사가 이어졌다.

같은 당 황보승희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의원님 5분 발언 전율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박수영 의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학자가 국회의원이 된 뒤 첫 본회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통합당에 영입돼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고, 당 비대위 산하 경제혁신위원장을 맡았다.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 [전문]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그리고 동료 선배 의원 여러분 저는 서초갑 윤희숙 의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늘 표결된 주택 임대차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입니다.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

임대 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입니다.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합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습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통과된 뒤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통과된 뒤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여러분이 모두 다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된 것입니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 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입니다.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100번 양보해서 그렇다 칩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겁니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