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옥 "이재명, 지자체장 보다 중세 성직자됐으면 좋았을 사람"
한국경제학회 전 회장인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기본대출권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지방자치단체장보다 서양의 중세 성직자가 되었으면 좋을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21일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금융을 정치가 흔들 때' 제하의 글을 통해 "그의 주장은 중세교회가 강제한 ‘이자금지법(usury doctrine)’에 다름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세의 가톨릭교회는 자금을 빌려줌에 있어서 어떤 유형의 이자나 부담금도 금지하였다"며 "자금을 빌려줄 때 이자를 받을 수 없으니 자금이 꼭 필요한 사람이 빌릴 수 없는 경우가 많았을 것은 당연하고, 편법이 등장한 것 또한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80파운드를 빌려주고 계약서에는 100파운드를 빌려준 것으로 명시하는 방법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자금지법은 적어도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제도임에는 틀림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 번 도입된 나쁜 제도는 영속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자금지법이 19세기 중반에야 폐지된 것은 천년 이상이 지난 다음 용도가 폐기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금융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역사의 부담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도 했다.

조 교수는 "이 나라에는 아직도 이자와 금융을 불로소득이고 수탈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그와 같은 견해는 포퓰리즘이고 중세의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 유통되는 자금은 누군가의 저축이고 이자를 수탈이고 불로소득이라고 보는 것은 저축하는 가계에 대한 모독"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정치인임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누가 가장 득을 보게 되는지도 모르는 듯 기본소득을 끈질기게 주장하더니 최고이자율을 10%로 제한하자고 하고 최고이자율 24%를 위반한 채권은 전면 무효화하여야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결정판은 ‘기본대출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는 사람들이 낮은 이자율의 대출에 대하여 보조하고 있다는 주장은 도대체 그가 이자율이 무엇이고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한 인식은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며 "더욱이 금융을 족징, 인징, 황구첨정, 백골징포라고 주장함에 이르러서는 넋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족징, 인징, 황구첨정, 백골징포는 조선시대 조세징수의 부조리"라며 "금융이 아니라 재정의 일탈이었던 것인데 재정과 금융조차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조 교수는 "정치가 금융을 흔들 때 보이지 않게 나라는 더 크게 흔들린다"며 "‘기본대출권’은 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고 금융의 원리에는 더욱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어려움에 빠진 서민을 도우려거든 파산제도 등 법령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어떻게 하면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여야 한다"며 "정제되지 않은 허황된 아이디어로 나라와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