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본인 장점 스스로 생태탕에 묻어버려…이대로 무릎 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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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신었다는 페라가모 로퍼 신발 사진을 찾기 위해서 네티즌들이 총출동을 해서 드디어 사진 한 장을 어떤 분이 찾았다. 2006년 9월 21일 동대문서울패션센터 개관식 참석에 보면 (오 후보가) 그 페레가모 신발을 신고 있다."
4.7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내곡동 외압 의혹이 본격적으로 이슈로 등극하게 된 것은 측량을 위해 오 후보가 현장에 갔느냐 안 갔느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던 때 생태탕 집 주인 아들 A씨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16년 전 '페라가모' 구두를 신은 오 후보를 목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다.
5일 진행된 선거 전 마지막 토론회에서도 박영선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거짓말 프레임을 씌우는 데 주력했다. "거짓말 하는 시장에게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다가 오세훈 후보로부터 "박영선 후보의 존재 자체가 거짓이다. 후보 안 낸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강펀치를 맞기도 했다.
거짓말을 비판하는 당이 가져야할 진실과 진정성을 갖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상황으로 반전되며 해당 질문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오 후보의 말은 이번 선거를 왜 치르게 됐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중대 사유가 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전임 당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어기고 후보를 낸 것이 아니던가.
공약 검증보다는 내곡동 의혹 설전으로 모든 토론회가 이어진 것에는 오 후보의 실책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전 토론에서 "시장 재직 시절 강남구 내곡동에 있는 처가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내부 증언이 나온다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안철수 대표는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고 말해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여권은 거듭된 오세훈 내곡동 의혹 때리기에도 민주당 지지율 열세가 반등하지 못하자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을 검증해 자진 사퇴하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오 후보가 측량 장소에 온 걸 봤다는 A 씨와 어머니의 증언은 단비와도 같은 사건이었다.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던 A 씨는 돌연 회견을 취소했고 몇 언론에는 당초 김어준 라디오에 출연해 했던 발언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이어지며 신빙성에 의혹을 갖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박 후보는 생태탕 이슈에 스스로 목을 맸다.
박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재임 시기 코로나19 위기에서 벤처 일자리 2만7000개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평가를 중기부 직원 71%에게 받았다.
이런 경험을 살린 자신의 훌륭한 공약들을 하나라도 더 설명했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을 생태탕 이슈에 함몰시켜 버린 것이다.
방송 3사 합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후보는 59.0%의 득표율을, 박 후보는 37.7%의 득표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의 격차보다 오히려 더 벌어진 간격이다.
이 같은 격차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후 투표일까지 오 후보와 생태탕 전쟁을 벌인 박 후보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뜻한다. 탄탄대로를 걷던 중기부 장관직을 박차고 뛰쳐나온 결말이며 180석 거대 야당의 조직력이 낳은 결과로는 아쉽기 그지없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출구조사에는 실제 투표장을 찾아 참여한 지표만 반영되었기 때문에 사전투표 결과에 따라 조금은 다른 결과가 양산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지도자들이 장담했던 3% 차 박빙 승부가 벌어지려면 수많은 기적이 연거푸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유창선 시사평론가가 SNS에 '누가 최악의 선거를 만들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16년 전 생태탕 먹으러 온 사람의 신발 색깔이 이슈가 되는 이 선거는 대체 어떤 선거란 말인가"라고 통탄했다.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생태탕, 페라가모, 하얀 로퍼, 선글라스…. 이런 키워드들에 올인하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면서 "2021년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을 뽑는 선거의 최대 쟁점이 ‘생태탕’이 되어버린 현실은 기괴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박영선 대 오세훈’이 아니라 ‘김어준 대 오세훈’의 대결 구도가 되어버렸다"면서 "16년 전 오세훈이 시장도 아니었던 시절에 측량 현장에 있었으면 어떻고 생태탕을 먹었으면 또 어떤가. 과거에 시장으로서 내곡동 땅과 관련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불법 부당한 관여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인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생태탕’ 얘기만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비판을 무릅쓰고 후보를 냈다면, 지더라도 부끄럽지는 않게 지는 길을 택했어야 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출구조사 결과대로 오 후보에 참패한다면 1년도 넘지 않은 대선 가도에서도 멀어지며 정치적 입지 또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4.7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내곡동 외압 의혹이 본격적으로 이슈로 등극하게 된 것은 측량을 위해 오 후보가 현장에 갔느냐 안 갔느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던 때 생태탕 집 주인 아들 A씨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16년 전 '페라가모' 구두를 신은 오 후보를 목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다.
5일 진행된 선거 전 마지막 토론회에서도 박영선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거짓말 프레임을 씌우는 데 주력했다. "거짓말 하는 시장에게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다가 오세훈 후보로부터 "박영선 후보의 존재 자체가 거짓이다. 후보 안 낸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강펀치를 맞기도 했다.
거짓말을 비판하는 당이 가져야할 진실과 진정성을 갖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상황으로 반전되며 해당 질문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오 후보의 말은 이번 선거를 왜 치르게 됐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중대 사유가 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전임 당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어기고 후보를 낸 것이 아니던가.
공약 검증보다는 내곡동 의혹 설전으로 모든 토론회가 이어진 것에는 오 후보의 실책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전 토론에서 "시장 재직 시절 강남구 내곡동에 있는 처가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내부 증언이 나온다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안철수 대표는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고 말해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여권은 거듭된 오세훈 내곡동 의혹 때리기에도 민주당 지지율 열세가 반등하지 못하자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을 검증해 자진 사퇴하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오 후보가 측량 장소에 온 걸 봤다는 A 씨와 어머니의 증언은 단비와도 같은 사건이었다.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던 A 씨는 돌연 회견을 취소했고 몇 언론에는 당초 김어준 라디오에 출연해 했던 발언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이어지며 신빙성에 의혹을 갖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박 후보는 생태탕 이슈에 스스로 목을 맸다.
박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재임 시기 코로나19 위기에서 벤처 일자리 2만7000개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평가를 중기부 직원 71%에게 받았다.
이런 경험을 살린 자신의 훌륭한 공약들을 하나라도 더 설명했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을 생태탕 이슈에 함몰시켜 버린 것이다.
방송 3사 합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후보는 59.0%의 득표율을, 박 후보는 37.7%의 득표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의 격차보다 오히려 더 벌어진 간격이다.
이 같은 격차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후 투표일까지 오 후보와 생태탕 전쟁을 벌인 박 후보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뜻한다. 탄탄대로를 걷던 중기부 장관직을 박차고 뛰쳐나온 결말이며 180석 거대 야당의 조직력이 낳은 결과로는 아쉽기 그지없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출구조사에는 실제 투표장을 찾아 참여한 지표만 반영되었기 때문에 사전투표 결과에 따라 조금은 다른 결과가 양산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지도자들이 장담했던 3% 차 박빙 승부가 벌어지려면 수많은 기적이 연거푸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유창선 시사평론가가 SNS에 '누가 최악의 선거를 만들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16년 전 생태탕 먹으러 온 사람의 신발 색깔이 이슈가 되는 이 선거는 대체 어떤 선거란 말인가"라고 통탄했다.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생태탕, 페라가모, 하얀 로퍼, 선글라스…. 이런 키워드들에 올인하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면서 "2021년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을 뽑는 선거의 최대 쟁점이 ‘생태탕’이 되어버린 현실은 기괴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박영선 대 오세훈’이 아니라 ‘김어준 대 오세훈’의 대결 구도가 되어버렸다"면서 "16년 전 오세훈이 시장도 아니었던 시절에 측량 현장에 있었으면 어떻고 생태탕을 먹었으면 또 어떤가. 과거에 시장으로서 내곡동 땅과 관련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불법 부당한 관여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인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생태탕’ 얘기만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비판을 무릅쓰고 후보를 냈다면, 지더라도 부끄럽지는 않게 지는 길을 택했어야 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출구조사 결과대로 오 후보에 참패한다면 1년도 넘지 않은 대선 가도에서도 멀어지며 정치적 입지 또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