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인력·예산 적정하게"…CEO 감옥갈 판인데, 너무 모호한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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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초안' 보니
형사처벌 면책 조항마다 '적정' '충분' '충실' 등 용어로 규정
안전의무 기준·범위 불명확해 자칫 사업주 징역형 당할 수도
건설사 200곳·IT기업까지 안전조직 둬야…'과잉규제' 논란
형사처벌 면책 조항마다 '적정' '충분' '충실' 등 용어로 규정
안전의무 기준·범위 불명확해 자칫 사업주 징역형 당할 수도
건설사 200곳·IT기업까지 안전조직 둬야…'과잉규제' 논란
내년 1월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에서 규정한 안전 의무를 충실히 다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해당 법상 안전 의무 규정이 모호해 경제계에서는 시행령에서라도 구체화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 중인 시행령 곳곳에도 모호한 규정이 여전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고용부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검토안에 담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관련 조항에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전문인력을 적정 규모로 배치하고 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를 전담하도록 할 것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재해 예방에 충분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적정한 예산이 편성됐는지 직접 검토 △위의 사항을 정기적으로 확인·점검하고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 등이 명시돼 있다.
이런 규정은 기존 산업 안전 관련 법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과 비교해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예컨대 안전관리자 관련 규정이 담긴 산안법 시행령 제16조에서는 업종별로 구분해 안전관리자의 선임 수, 선임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0~500인 미만이면 안전관리자 1명, 500인 이상이면 2명 등으로 세세하다.
처벌 대상의 정의 역시 시행령에서 구체화되지 않았다. 중대재해법 제2조 9항에 따르면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 등’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경제계에서는 해당 법에서 규정한 범위가 모호하다고 토로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형벌 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정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만들 때 경영자 책임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해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고용부의 시행령 검토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의 순위 상위 200위 이내 건설회사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독립된 조직을 둘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제조 대기업의 경우 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안전 관련 조직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금융, 정보기술(IT) 등 서비스 기업에는 불필요한 규제가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서비스 기업에까지 제조기업 수준의 조직을 갖추라고 요구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발의 한 달 반 만에 졸속으로 제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 시행령을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해당 법상 안전 의무 규정이 모호해 경제계에서는 시행령에서라도 구체화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 중인 시행령 곳곳에도 모호한 규정이 여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행령도 “인력 적정 규모로 배치”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초안 역시 ‘적정’ ‘충분’ ‘충실’ ‘필요’ 등의 용어로 규정된 모호한 조항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고용부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검토안에 담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관련 조항에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전문인력을 적정 규모로 배치하고 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를 전담하도록 할 것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재해 예방에 충분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적정한 예산이 편성됐는지 직접 검토 △위의 사항을 정기적으로 확인·점검하고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 등이 명시돼 있다.
이런 규정은 기존 산업 안전 관련 법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과 비교해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예컨대 안전관리자 관련 규정이 담긴 산안법 시행령 제16조에서는 업종별로 구분해 안전관리자의 선임 수, 선임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0~500인 미만이면 안전관리자 1명, 500인 이상이면 2명 등으로 세세하다.
처벌 대상의 정의 역시 시행령에서 구체화되지 않았다. 중대재해법 제2조 9항에 따르면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 등’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경제계에서는 해당 법에서 규정한 범위가 모호하다고 토로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형벌 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정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만들 때 경영자 책임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해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서비스 기업까지 안전조직 의무화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대기업은 독립적인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조항은 기업별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규제’란 비판이 나온다.고용부의 시행령 검토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의 순위 상위 200위 이내 건설회사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독립된 조직을 둘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제조 대기업의 경우 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안전 관련 조직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금융, 정보기술(IT) 등 서비스 기업에는 불필요한 규제가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서비스 기업에까지 제조기업 수준의 조직을 갖추라고 요구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발의 한 달 반 만에 졸속으로 제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 시행령을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