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저출산'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진부해졌을까 [성상훈의 정치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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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정치경제학
역대 최악의 저출산이라는 말만 나올뿐
모험적인 해결책도, 논의의 장도 없는 정치권
역대 최악의 저출산이라는 말만 나올뿐
모험적인 해결책도, 논의의 장도 없는 정치권
정치인도 사람입니다. 공익을 추구해야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그렇지 못한 일은 회피하려고 합니다. 정치인 역시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의미입니다.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뷰캐넌은 정치인과 공직자 역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공공선택론'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경제학적' 측면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아무리 지금 당장 투자한다해도 즉각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성과를 쫒는 정치인으로부터 저출산 문제에 관해서는 '공자님 말씀' 말고는 별다른 게 나오지 않는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저출산 문제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 후 오랜시간이 지나야 비로서 결실을 맺는 사안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잘못돼도 지금의 내가 책임질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가 투자해도 후세대가 성과를 거두는 문제'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후세대가 책임지는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투자와 결실의 '시차'로 인해 저출산 문제는 정치권에서 가장 말과 행동이 다른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모든 정치인들은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이기에 반드시 해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반짝 관심'만을 가질 뿐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고 누구도 한발짝 더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다른 정치적 현안이 나타난다면 즉시 가장 후순위로 밀려버립니다.
내년에도 다르지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7명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2022년에는 0.6명대로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쇼크'라고 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0.84대 보다 훨씬 더 낮은 수치입니다. '최악의 출산율 기록 경신'이라는 뉴스는 이미 '진부한' 뉴스가 되버린 셈입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출산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내년초, 모든 정치인의 반응 역시 진부할 것이란건 예상 가능합니다. "망국적 저출산을 막을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겠지만, 목소리일뿐 매년 그랬듯 별다른 후속대책은 나오지 않을 거란건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다른 차별화된 논의자체가 실종돼버린 상황입니다. 진부한 뉴스와 진부한 정치인의 발언,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패턴의 연속입니다.
정권과 상관없이 역대 정부도 비슷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15년간 225조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예산사용 내역을 뜯어보면 직접적인 출산 정책과 관계없는 예산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저출산 해결'이라는 브랜드만 붙였을뿐 별 관계없는 정책이 다수였다는 의미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부처들의 '예산 따내기용' 명분이 됐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직접적인 지원책은 부족했습니다. 이 역시 당장의 성과를 거두기 힘든 분야에 예산을 쓰기보다는 다른 현안에 먼저 돈을 쓰겠다는 원칙이 적용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정치인이 이익을 쫓는 존재인 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우울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경제동력은 상실되고, 미래의 막대한 복지지출과 부채는모두 후세대가 떠안아야하는 상황입니다.
정치인들은 이슈가 되지 않는 사안에는 언제나 '관심밖'입니다. 반드시 해결이 필요하고 다뤄야할 문제지만 '재미가 없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이슈라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정치적 현안이 된다는 의미는, 특정 입장을 정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을수 있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태생적으로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여야가 나뉘어 싸울만한 문제도, 다른 의견을 내는 사안도 아닙니다. 단지 힘을 합쳐 해결해야할 문제일 뿐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이유때문에 저출산 문제와 같은 무쟁점 사안은 정치인의 관심밖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이같은 처지에 처한 무수한 중요 문제가 정치권의 무관심속 묻혀버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적 이익을'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 가치를' '기존의 해오던 방식보다는 모험적인 수'를 생각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정치인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예견된 비극을 차라리 인정하고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저출산 해결은 불가능하니 그 자체를 '뉴노멀'(새로운 표준·기준)로 생각하고 체념·적응하라는 의미입니다.
짧은 글에서조차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간절히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정치인들에게 리더로서의 결단과 비전을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불가능한 일, 기대해 봐도 될까요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이러한 '경제학적' 측면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아무리 지금 당장 투자한다해도 즉각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성과를 쫒는 정치인으로부터 저출산 문제에 관해서는 '공자님 말씀' 말고는 별다른 게 나오지 않는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저출산 문제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 후 오랜시간이 지나야 비로서 결실을 맺는 사안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잘못돼도 지금의 내가 책임질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가 투자해도 후세대가 성과를 거두는 문제'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후세대가 책임지는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투자와 결실의 '시차'로 인해 저출산 문제는 정치권에서 가장 말과 행동이 다른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모든 정치인들은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이기에 반드시 해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반짝 관심'만을 가질 뿐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고 누구도 한발짝 더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다른 정치적 현안이 나타난다면 즉시 가장 후순위로 밀려버립니다.
예견된 '매년 최저 출산율 달성'
'올해도 역시' 였습니다. 예상대로 올해의 출산율은 역대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몇일 전은 어린이 날이었지만,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이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왔습니다.내년에도 다르지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7명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2022년에는 0.6명대로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쇼크'라고 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0.84대 보다 훨씬 더 낮은 수치입니다. '최악의 출산율 기록 경신'이라는 뉴스는 이미 '진부한' 뉴스가 되버린 셈입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출산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내년초, 모든 정치인의 반응 역시 진부할 것이란건 예상 가능합니다. "망국적 저출산을 막을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겠지만, 목소리일뿐 매년 그랬듯 별다른 후속대책은 나오지 않을 거란건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다른 차별화된 논의자체가 실종돼버린 상황입니다. 진부한 뉴스와 진부한 정치인의 발언,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패턴의 연속입니다.
정권과 상관없이 역대 정부도 비슷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15년간 225조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예산사용 내역을 뜯어보면 직접적인 출산 정책과 관계없는 예산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저출산 해결'이라는 브랜드만 붙였을뿐 별 관계없는 정책이 다수였다는 의미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부처들의 '예산 따내기용' 명분이 됐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직접적인 지원책은 부족했습니다. 이 역시 당장의 성과를 거두기 힘든 분야에 예산을 쓰기보다는 다른 현안에 먼저 돈을 쓰겠다는 원칙이 적용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정치인이 이익을 쫓는 존재인 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우울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경제동력은 상실되고, 미래의 막대한 복지지출과 부채는모두 후세대가 떠안아야하는 상황입니다.
'정치위한 정치'만을 하는 정치권
정치적 쟁점이 되지 않는 문제라는 점에서도 저출산 문제는 정치인에게 매력적인 사안이 아닙니다. 지난달 만난 한 초선 의원은 "여의도에 와보니 정치적 현안이 아닌 문제는 모두 뒷전이 되버린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국가입장에서 중요한 문제라도 당장의 현안이 아니라면 잘 논의되지 않는 정치권의 태도를 꼬집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정치권에 와보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무수한 분야 중 '정치를 위한 정치' 밖에 없었다"고도 헀습니다.국회에 출입하는 기자가 된지 2년쯤된 저로서도 크게 공감했던 말이었습니다.정치인들은 이슈가 되지 않는 사안에는 언제나 '관심밖'입니다. 반드시 해결이 필요하고 다뤄야할 문제지만 '재미가 없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이슈라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정치적 현안이 된다는 의미는, 특정 입장을 정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을수 있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태생적으로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여야가 나뉘어 싸울만한 문제도, 다른 의견을 내는 사안도 아닙니다. 단지 힘을 합쳐 해결해야할 문제일 뿐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이유때문에 저출산 문제와 같은 무쟁점 사안은 정치인의 관심밖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이같은 처지에 처한 무수한 중요 문제가 정치권의 무관심속 묻혀버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적 이익을'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 가치를' '기존의 해오던 방식보다는 모험적인 수'를 생각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정치인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예견된 비극을 차라리 인정하고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저출산 해결은 불가능하니 그 자체를 '뉴노멀'(새로운 표준·기준)로 생각하고 체념·적응하라는 의미입니다.
짧은 글에서조차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간절히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정치인들에게 리더로서의 결단과 비전을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불가능한 일, 기대해 봐도 될까요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