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역의 상인과 임대인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되면 스타벅스, 다이소, 올리브영 등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직영매장)은 출점이 어려워진다. 임대료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내몰림)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소비자의 선택권과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4월 29일자 A5면 참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3일 이런 내용의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상권법)을 의결했다. 이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에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지역상권법은 상인과 임대인 등의 동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상생구역이나 자율상권구역 조성 권한을 갖는 게 핵심이다. 상업시설이 50% 이상인 곳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점포수·매출·인구수 등 조건이 충족되고 지역 내 상인 및 임대인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지역상생구역이나 자율상권구역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주로 신도심이면서 임대료 상승이 가파른 지역상생구역에서는 대규모 점포와 준대규모 점포, 연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인 가맹본부 직영점 등의 출점을 지자체장이 조례로 금지할 수도 있다. 또 신규 출점이 허용돼도 지역상인과 협의하는 과정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상가 임대료도 지역상생구역에서 협약으로 정한 인상 비율을 넘지 못한다.

국민의힘은 당초 이 법안을 반대했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영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점포 출점으로 인근 상권이 활성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임대인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이미 대기업 매장이 대중소기업상생법 등을 통해 출점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중복 규제라는 지적도 내놨다. 현재 기업형 매장 출점을 제한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은 서울시 면적의 49.7%에 달한다.

하지만 여야는 산자위 소위원회를 통해 구역 지정을 보다 까다롭게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안에 합의했다. 예컨대 원안에선 지역상생구역 지정을 위한 이해당사자 동의율이 ‘5분의 3 이상’이었지만, 이를 ‘3분의 2 이상’으로 강화했다. 영업제한 적용 대상도 지역상생구역과 자율상권구역 모두에서 사실상 구도심인 자율상권구역은 제외했다.

이날 여야는 소상공인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청문회를 열고 손실보상법 소급적용에 대한 업계 및 학계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야당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도 지난 12일 소급적용에 전원 찬성했는데, 굳이 입법청문회에서 다시 물어보겠다는 것은 책임정치를 해온 여당의 자세와 맞지 않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산자위 여당 간사인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관련 당사자들, 현재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모셔서 이야기를 듣자는 것”이라며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