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온비드서 입찰
6일 공군 군수사령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공군은 퇴역한 F-5E 전투기를 지난달 말 온비드 공매에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이 실전에 운용하던 노후 전투기를 원형 그대로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5E 전투기는 옛 소련의 미그-21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F-5의 개량형이다. 미국 방위산업업체인 노스럽그러먼이 설계·생산했으며 1980년대부터 대한항공이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한 뒤 제공호(KF-5E)라는 별칭으로 공군에 납품하기도 했다. 감정가는 31억6066만6670원으로 오는 14일까지 최고가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군 관계자는 “1960~1970년대 도입돼 장기간 우리 영공을 지키던 노후 전투기들이 최근 줄줄이 퇴역하면서 처리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민간 경매를 통해 이 같은 비용을 줄이고 부대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비록 노후화하긴 했지만 지속적인 정비와 관리를 받아왔기 때문에 실전이 아니라 연습 및 교육용으로 쓰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첫 경매 결과에 따라 확대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퇴역 전투기' 훈련·교육용 수요 많아…해외선 부품 분해 후 따로 경매도
해외에서도 이 같은 전투기 경매가 종종 이뤄지고 있다. 영국 공군은 2014년 해리어 전투기(1976년 제조)와 토네이도 전투기(1988년) 등 퇴역 전투기 두 대를 민간 경매에 부쳤고, 각각 10만5800파운드(약 1억6678만원)와 3만6800파운드(약 5801만원)에 낙찰됐다.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도 노후화된 미그 전투기를 인터넷 경매 방식을 통해 매각했다. 일본 방위성도 지난해 퇴역한 F-4 팬텀 전투기에 대해 분해 후 조종간과 좌석, 날개 일부 등을 인터넷 경매에 내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F-5 계열은 F-4 팬텀과 함께 전체 공군 보유 전투기 400여 대 중 40%가량을 차지할 만큼 주력 기종이었으나 노후화에 따라 점차 퇴역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들 노후 전투기는 이미 단종돼 신규 부품을 구할 수조차 없어 퇴역한 전투기를 분해해 재사용하는 ‘돌려막기’를 지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퇴역하는 전투기가 워낙 많아 단순 부품 조달용으로 폐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낡긴 했지만 지속적인 정비 관리를 받아왔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민간 매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 국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했다.
공군 측은 F-5E를 엔진을 포함한 온전한 형태로 민간에 매각하되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내걸었다. 먼저 입찰에 참가하려면 방위사업청장의 허가서 및 수출업·중개업신고확인증을 제출해야 한다. 또 미국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미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명시했다.
공군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정부나 영미권 민간기업 위주로 노후 전투기를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낙찰자는 군사용 통신장비, 피아식별장치, 군용 표식 등을 제거하는 비무장화 조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향후 노후에 따른 성능 저하 등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