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는 왜 '능력주의'를 옹호할까 [성상훈의 정치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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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가 배제된다면 부모와 빽이 작동할 것"
"바꿀 수 없는 부모와 배경 말고
바꿀수라도 있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
"바꿀 수 없는 부모와 배경 말고
바꿀수라도 있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불러일으킨 '능력주의' 논쟁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능력주의란 사회적 지위나 부가 주어질때 개인의 능력을 최우선해야한다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이준석 후보는 출마선언부터 지금까지 "실력만 있으면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한 경쟁 사회를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등하게 주어지는 '기회'이지 그 이후 결정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교육의 기회를 잃어가는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나중에 그들이 뒤처졌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10만 원을 주는 것이 복지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저는 완강하게 거부하겠다"며 "그 10배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들을 다시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복귀시킬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발도 거셉니다.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반박이 나오고 있습니다. 능력주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 개인의 능력은 운, 재능, 환경이나 부모로부터 받은 교육 등으로 인해 결정되므로, 자리나 부의 배분이 능력만으로 결정되는건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들은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사회의 양극화만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결과의 평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각종 할당제와 분배를 얘기합니다.
"능력주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한쪽과 "진정한 공정을 위해서는 결과의 평등도 필요하다"는 다른 한쪽이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심지어 '청년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주장까지 하는데도 말입니다. 관련 발언을 하는 이 후보의 토론, 연설 영상 등은 짧게 편집된 형태로 유튜브를 꽉 채우며 매일같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몇몇 정치인들처럼 혹은 유명 시사평론가의 말처럼 "과다 경쟁에 의한 '경쟁주의'에 경도된 세대"라서 일까요.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본 20,30 세대는 "능력주의의 한계를 모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능력주의를 극복하겠다고 포장된 수많은 정책과 제도들이 어떻게 불공정하게 활용됐는지를 청년세대들은 지켜봐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취지로 나온 정책들이 소위 말하는 '빽'과 '인맥' '부모' 등의 불공정한 개입이 일어나게 할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는 민감한 정책들을 정치적 유불리나 이데올로기를 위해 지나치게 쉽게 결정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직 본연의 목적달성을 저해하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32세 대학원생 이재귀씨는 "할당제와 같은 제도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는 보지만, 가능한 최소화되야한다"면서 "결국 회사는 이익을, 학교는 학문을, 축구팀은 축구를 잘해야되는게 목표인데 능력주의가 훼손되면 조직은 목적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개천에서 나온 용이 될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게와 가재 붕어도 개천에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 출혈경쟁하지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드는데 힘을 쏟자"는 그의 발언에는 이러한 인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딸과 관련된 입시비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이 발언의 이중성과 민낯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특히 조국사태에 분노한것은 이 일이 사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 인물의 '일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는 이미 입시, 취업 등을 거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세대들은 "능력을 통해 경쟁하지 않는다는건 곧 연줄과 비리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는 의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능력주의에 대한 지지는 사실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모와 배경 말고 바꿀수라도 있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는 외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능력에 따른 냉엄한 결과를 수용할테니 과정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호소에 가까운 셈입니다.
취업준비생 29세 이상지씨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능력말고 다른 것들도 고려해야한다고 하는데, 그럼 뭘 어떻게 해야한다는 건지 제대로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할당제 같은 것들이 오용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도 제대로된 답을 내놓는 정치인은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인국공 사태는 청년 세대의 '불공정 인식'을 강화하고 가장 큰 허탈감을 안긴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공기업에 다니는 32세 김재형씨는 "비정규직이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공정한 절차가 무시된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식 입사시험 이외에도 경력을 대상으로한 다른 '경로'를 만드는등 대안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더 배우고 능력이 있다고 해서 정규직이 돼고, 임금도 2배로 더 받는건 불공정하다"는 민주당의 반응에도 청년층은 비난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청년세대들은 "능력주의는 나쁘다'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내놓는 과격한 정책들을 우려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치권의 각종 할당제에 대해서도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할당제가 특정 집단, 세력의 나눠먹기식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8세 회사원 오수빈씨는 "청년할당제나 여성할당제가 특정집단이나 세력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는 이준석 후보의 인터뷰를 유튜브에서 본적이 있는데 크게 공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치권에 존재하는 할당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장관이라는 자리는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임에도, 왜 임명에 있어 능력 이외의 요인이 반영되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공적인 자리에 능력은 없는데 특정 지역이나 성별이라는 이유로 임명되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26세 최상준씨는 "여전히 정치권이나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세대들의 생각을 '아직 뭘 몰라서 그런다.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는 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의 판단이 그리 단순하게 나온 결론이 아니라는 걸 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오직 실력과 능력만으로 모든걸 판단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다만 '공정하고 건강한' 능력주의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에 대한 담론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청년세대가 처한 환경과 생각을 포함한 정치권의 건강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이준석 후보는 출마선언부터 지금까지 "실력만 있으면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한 경쟁 사회를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등하게 주어지는 '기회'이지 그 이후 결정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교육의 기회를 잃어가는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나중에 그들이 뒤처졌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10만 원을 주는 것이 복지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저는 완강하게 거부하겠다"며 "그 10배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들을 다시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복귀시킬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발도 거셉니다.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반박이 나오고 있습니다. 능력주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 개인의 능력은 운, 재능, 환경이나 부모로부터 받은 교육 등으로 인해 결정되므로, 자리나 부의 배분이 능력만으로 결정되는건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들은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사회의 양극화만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결과의 평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각종 할당제와 분배를 얘기합니다.
"능력주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한쪽과 "진정한 공정을 위해서는 결과의 평등도 필요하다"는 다른 한쪽이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능력주의 옹호하는 20·30세대
하지만 다수의 청년층은 '능력주의'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있습니다. 새로운 보수의 담론으로서 '공정한 경쟁' '능력주의'를 대놓고 자신의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지지는 '열풍'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심지어 '청년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주장까지 하는데도 말입니다. 관련 발언을 하는 이 후보의 토론, 연설 영상 등은 짧게 편집된 형태로 유튜브를 꽉 채우며 매일같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몇몇 정치인들처럼 혹은 유명 시사평론가의 말처럼 "과다 경쟁에 의한 '경쟁주의'에 경도된 세대"라서 일까요.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본 20,30 세대는 "능력주의의 한계를 모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능력주의를 극복하겠다고 포장된 수많은 정책과 제도들이 어떻게 불공정하게 활용됐는지를 청년세대들은 지켜봐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취지로 나온 정책들이 소위 말하는 '빽'과 '인맥' '부모' 등의 불공정한 개입이 일어나게 할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는 민감한 정책들을 정치적 유불리나 이데올로기를 위해 지나치게 쉽게 결정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직 본연의 목적달성을 저해하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32세 대학원생 이재귀씨는 "할당제와 같은 제도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는 보지만, 가능한 최소화되야한다"면서 "결국 회사는 이익을, 학교는 학문을, 축구팀은 축구를 잘해야되는게 목표인데 능력주의가 훼손되면 조직은 목적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능력주의 배제는 곧 연줄과 비리의 작용"
재작년 있었던 '조국 사태'는 특히 청년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능력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능력과 경쟁을 통한 신분 사다리 상승을 비판해온 인사입니다."모두가 개천에서 나온 용이 될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게와 가재 붕어도 개천에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 출혈경쟁하지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드는데 힘을 쏟자"는 그의 발언에는 이러한 인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딸과 관련된 입시비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이 발언의 이중성과 민낯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특히 조국사태에 분노한것은 이 일이 사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 인물의 '일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는 이미 입시, 취업 등을 거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세대들은 "능력을 통해 경쟁하지 않는다는건 곧 연줄과 비리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는 의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능력주의에 대한 지지는 사실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모와 배경 말고 바꿀수라도 있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는 외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능력에 따른 냉엄한 결과를 수용할테니 과정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호소에 가까운 셈입니다.
취업준비생 29세 이상지씨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능력말고 다른 것들도 고려해야한다고 하는데, 그럼 뭘 어떻게 해야한다는 건지 제대로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할당제 같은 것들이 오용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도 제대로된 답을 내놓는 정치인은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기계적인 할당제도 반대
능력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식 절차를 생략한 인체국제공항 공사 사태도 청년세대에게는 논쟁의 대상이 됐습니다.아직까지도 인국공 사태는 청년 세대의 '불공정 인식'을 강화하고 가장 큰 허탈감을 안긴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공기업에 다니는 32세 김재형씨는 "비정규직이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공정한 절차가 무시된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식 입사시험 이외에도 경력을 대상으로한 다른 '경로'를 만드는등 대안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더 배우고 능력이 있다고 해서 정규직이 돼고, 임금도 2배로 더 받는건 불공정하다"는 민주당의 반응에도 청년층은 비난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청년세대들은 "능력주의는 나쁘다'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내놓는 과격한 정책들을 우려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치권의 각종 할당제에 대해서도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할당제가 특정 집단, 세력의 나눠먹기식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8세 회사원 오수빈씨는 "청년할당제나 여성할당제가 특정집단이나 세력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는 이준석 후보의 인터뷰를 유튜브에서 본적이 있는데 크게 공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치권에 존재하는 할당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장관이라는 자리는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임에도, 왜 임명에 있어 능력 이외의 요인이 반영되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공적인 자리에 능력은 없는데 특정 지역이나 성별이라는 이유로 임명되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청년층은 '건강한' 능력주의를 원한다
청년세대들의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과 인식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을 "단순히 너희들이 뭘모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치부할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26세 최상준씨는 "여전히 정치권이나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세대들의 생각을 '아직 뭘 몰라서 그런다.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는 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의 판단이 그리 단순하게 나온 결론이 아니라는 걸 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오직 실력과 능력만으로 모든걸 판단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다만 '공정하고 건강한' 능력주의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에 대한 담론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청년세대가 처한 환경과 생각을 포함한 정치권의 건강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