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 공약'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툭툭 튀어 나오는 대선판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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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청년에 신용 안따지고 빌려주는 ‘기본대출’
정세균, 신생아에 20년 적립 1억 지원 ‘미래씨앗통장’
이낙연, 군복무 남성에 3000만원·아동수당 18세까지
‘뒷감당’ 우려 적지 않아…그러면서도 상대 공격 열중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건 양질의 일자리…헛다리 짚어"
정세균, 신생아에 20년 적립 1억 지원 ‘미래씨앗통장’
이낙연, 군복무 남성에 3000만원·아동수당 18세까지
‘뒷감당’ 우려 적지 않아…그러면서도 상대 공격 열중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건 양질의 일자리…헛다리 짚어"
대선전이 ‘퍼주기 공약 경쟁’으로 예열되고 있다. 수조 원, 수십조 원이 소요될 공약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재원 대책은 잘 보이지 않거나 허술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서로 상대 공약을 공격하는데만 혈안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기본주택에 이어 기본시리즈의 3탄인 기본대출의 골격을 선보였다. 만 19~34세 청년에게 신용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연 이율 3%에 1000만원까지 빌려주자는 것이다. 이재명계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관련법안에 따르면 대출 재원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금융소외계층 보증 계정’을 만들어 마련한다. 금융회사 출연금, 정부 운영 기금으로부터의 차입금 등을 이 계정에 채워넣도록 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용보증도 맡고, 이자 손실액도 보전해준다.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연체 이자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지역신보가 감당해야 하는데, 결국 부실을 민간 금융사와 국민에게 떠넘기게 되는 꼴이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신용도를 따지지 않다보니 기본대출에 수요가 몰리리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2019년 기준 만 19~34세 청년은 1019만명에 달한다.
김 의원은 시행 5년차까지 400만 명의 청년이 기본대출을 활용해 총 40조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용도 따지지 않고 이자율도 낮다 보니 이 보다 더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계의 전망이다. 그럴 경우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은 안보인다.
예상되는 부실 규모도 주먹구구라는 지적이 많다. 김 의원 측은 신용보증재단 등이 대신 갚아줘야 하는 대위변제율을 0.85%로 가정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4대 대형저축은행의 부실 여신 비율이 3.6%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 연체하면 이자까지 물어준다고 하면 성실히 갚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는 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은행과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손실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기본대출은 금융도 평등하게 누려야할 기본권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하지만, 금융의 기본시스템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금융회사는 예금자의 돈을 받아 대출해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예·대 마진으로 생존한다.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금융질서가 유지된다. 국가가 개입하는 기본대출은 이런 질서를 무시하는 반시장적 조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대출에 대해 “너도나도 돈 빌리라고 해놓고 나중에 어마어마한 뒷감당은 국민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주자 간 기본소득 논란도 거세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재산 규모, 소득과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연 50만원(25만원씩 연 2회 지급)부터 시작해 중기적으로는 100만원(25만원씩 연 4회 지급), 장기적으로는 매월 50만원씩 연 600만원을 주자는 것이다. 재원은 연간 50만원 지급 때는 26조원, 100만원 때는 52조원, 매달 50만원씩 지급 때는 31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재원은 단·중기적으로 일반 예산 절감, 조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매월 50만원씩 지급 때는 탄소세·데이터세·로봇세 등 부과와 증세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선 경쟁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한다. 정 전 총리는 기본소득에 대해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1년에 100만원을 지급하려면 50조원 넘게 드는데 올해 우리 예산이 558조원 중 10% 가까운 돈이다. 이를 어디에서 조달하느냐”고 공격했다. 또 “준다고 해도 한 달 8만원 수준의 용돈에 불과해 소득이라고 하기에 민망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엄청난 예산이 들지만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안 되고 그 반대라는 분석도 있다”며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면 허구”라고 비판했다. 또 “모든 사람에게 돈을 똑같은 나눠 주면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될 리 없고 오히려 역진적”이라고 했다.
그러는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도 한꺼번에 수조 원, 수십조 원 소요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복지 서비스인 ‘마이마이 복지’를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씨앗통장’으로, 모든 신생아에게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신생아들이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자립 기반을 구축해주자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대표적 복지 공약은 ‘생애 주기별 소득 지원’이다. 소득·주거·노동·교육·보건의료·돌봄·환경·문화체육 등 8개 분야에서 최저로 보장할 수 있는 복지 기준을 의무적으로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아동·청년·성인·노년 등 생애 주기별로 맞춤형 복지 제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또 군 복무를 한 남성들이 제대할 때 사회출발 자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신복지 구상’의 일환으로 아동 수당 지급 연령을 7세에서 18세로 늘리자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 지사는 대학 진학을 않는 청년들이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게 1000만 원 지급을 제안한 바 있다. 여당 주자들이 이런 공약을 내놓는 것은 청년층의 민심 이반이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비용 추계와 재원 조달에 대한 세밀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추후 공약을 다듬는 과정에서 구체안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청년층의 고민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층이 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여당이 돈을 많이 풀지 않아서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집값 폭등에 더해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보이는 행태는 내로남불식의 이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여기에 대한 진정한 반성 기조위에서 출발해야지, 돈 몇푼 더 쥐어주는 선심성 정책으로 이들의 마음을 잡으려 한다면 다음 선거의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기본주택에 이어 기본시리즈의 3탄인 기본대출의 골격을 선보였다. 만 19~34세 청년에게 신용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연 이율 3%에 1000만원까지 빌려주자는 것이다. 이재명계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관련법안에 따르면 대출 재원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금융소외계층 보증 계정’을 만들어 마련한다. 금융회사 출연금, 정부 운영 기금으로부터의 차입금 등을 이 계정에 채워넣도록 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용보증도 맡고, 이자 손실액도 보전해준다.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연체 이자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지역신보가 감당해야 하는데, 결국 부실을 민간 금융사와 국민에게 떠넘기게 되는 꼴이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신용도를 따지지 않다보니 기본대출에 수요가 몰리리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2019년 기준 만 19~34세 청년은 1019만명에 달한다.
김 의원은 시행 5년차까지 400만 명의 청년이 기본대출을 활용해 총 40조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용도 따지지 않고 이자율도 낮다 보니 이 보다 더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계의 전망이다. 그럴 경우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은 안보인다.
예상되는 부실 규모도 주먹구구라는 지적이 많다. 김 의원 측은 신용보증재단 등이 대신 갚아줘야 하는 대위변제율을 0.85%로 가정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4대 대형저축은행의 부실 여신 비율이 3.6%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 연체하면 이자까지 물어준다고 하면 성실히 갚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는 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은행과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손실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기본대출은 금융도 평등하게 누려야할 기본권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하지만, 금융의 기본시스템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금융회사는 예금자의 돈을 받아 대출해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예·대 마진으로 생존한다.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금융질서가 유지된다. 국가가 개입하는 기본대출은 이런 질서를 무시하는 반시장적 조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대출에 대해 “너도나도 돈 빌리라고 해놓고 나중에 어마어마한 뒷감당은 국민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주자 간 기본소득 논란도 거세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재산 규모, 소득과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연 50만원(25만원씩 연 2회 지급)부터 시작해 중기적으로는 100만원(25만원씩 연 4회 지급), 장기적으로는 매월 50만원씩 연 600만원을 주자는 것이다. 재원은 연간 50만원 지급 때는 26조원, 100만원 때는 52조원, 매달 50만원씩 지급 때는 31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재원은 단·중기적으로 일반 예산 절감, 조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매월 50만원씩 지급 때는 탄소세·데이터세·로봇세 등 부과와 증세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선 경쟁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한다. 정 전 총리는 기본소득에 대해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1년에 100만원을 지급하려면 50조원 넘게 드는데 올해 우리 예산이 558조원 중 10% 가까운 돈이다. 이를 어디에서 조달하느냐”고 공격했다. 또 “준다고 해도 한 달 8만원 수준의 용돈에 불과해 소득이라고 하기에 민망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엄청난 예산이 들지만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안 되고 그 반대라는 분석도 있다”며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면 허구”라고 비판했다. 또 “모든 사람에게 돈을 똑같은 나눠 주면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될 리 없고 오히려 역진적”이라고 했다.
그러는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도 한꺼번에 수조 원, 수십조 원 소요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복지 서비스인 ‘마이마이 복지’를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씨앗통장’으로, 모든 신생아에게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신생아들이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자립 기반을 구축해주자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대표적 복지 공약은 ‘생애 주기별 소득 지원’이다. 소득·주거·노동·교육·보건의료·돌봄·환경·문화체육 등 8개 분야에서 최저로 보장할 수 있는 복지 기준을 의무적으로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아동·청년·성인·노년 등 생애 주기별로 맞춤형 복지 제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또 군 복무를 한 남성들이 제대할 때 사회출발 자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신복지 구상’의 일환으로 아동 수당 지급 연령을 7세에서 18세로 늘리자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 지사는 대학 진학을 않는 청년들이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게 1000만 원 지급을 제안한 바 있다. 여당 주자들이 이런 공약을 내놓는 것은 청년층의 민심 이반이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비용 추계와 재원 조달에 대한 세밀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추후 공약을 다듬는 과정에서 구체안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청년층의 고민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층이 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여당이 돈을 많이 풀지 않아서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집값 폭등에 더해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보이는 행태는 내로남불식의 이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여기에 대한 진정한 반성 기조위에서 출발해야지, 돈 몇푼 더 쥐어주는 선심성 정책으로 이들의 마음을 잡으려 한다면 다음 선거의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영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