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종교, 성 정체성 등 다양한 이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차별금지법’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 명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되면서 경제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용, 서비스 공급 등 기업 활동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경제계에서는 차별 금지라는 명분 아래 또 다른 ‘기업 옥죄기’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에는 기업에서 채용이나 처우 등의 기준이 되는 학력, 고용 형태 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지난 14일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이들 법안은 조만간 상임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들 법안에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조항이 대거 담겨 있다. 채용, 승진, 임금 책정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평등법 제13조는 ‘모집·채용 공고 시 성별,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배제나 제한을 표현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차별금지법안도 마찬가지다. 차별의 개념에 학력으로 인한 차별까지 포함해 ‘대졸 공개채용’도 불법이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는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대졸 공채도 차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해외 입법례와 비교할 때 너무 광범위하고 급진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손해배상 조항을 포함하면서 차별했다고 지목받은 사람이 차별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근로자가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기업이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차별금지법은 정당한 능력의 차이도 차별로 간주해 ‘아니면 말고’식의 신고가 급증할 수 있다”며 “일 잘하고 성실한 직원이 역차별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현/안대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