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출조건 차등·학력별 임금 차이까지 ‘불법’이라는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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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용형태' 등 기업 옥죄는 조항 대거 포함
금융사 대출·카드 발급 때
정규·비정규직 차별 둬선 안돼
금융사 대출·카드 발급 때
정규·비정규직 차별 둬선 안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차별금지법이 채용 등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활동까지 규제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등 ‘차별금지’를 명시한 각종 현행법과 함께 이중·삼중 규제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고용 형태, 학력 등 개인 노력의 결과물로 인한 차별까지 금지하면서 ‘다수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도 거세다.
이런 차별금지 기준은 채용, 승진, 임금, 정년, 해고 등 고용 부문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평등법 제13조는 성별, 학력 등을 이유로 모집·채용의 기회를 주지 않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제14조에서는 임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호봉 산정, 연봉 책정 등 임금 결정 기준을 다르게 정하지도 못하게 했다. 이렇게 되면 학사, 석·박사 간 연봉 차이에도 ‘차별 시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평등법 제5조)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이 조항이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별금지법은 은행 등 금융회사도 차별금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평등법 제21조는 ‘금융기관의 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 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그 밖에 금융서비스의 제공·이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예컨대 대출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갚을 능력이 큰 고신용의 정규직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법률위원장인 정선미 변호사는 “차별을 법에 절대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차별로부터 보호받는 쪽과 역차별을 당하는 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차별금지법이 소수에게 특권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기업 현장에서는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차별금지법에는 고용과 관련해 기업에 정보공개 의무까지 부여했다. 평등법 제38조는 채용에서 탈락한 취업준비생이 차별의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채용에 활용된 각종 평가표를 정보공개하도록 했다. 기업(사용자)은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업계 및 협회·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고용상의 차별금지 강화로 기업의 경영 위축, 일자리 축소라는 고용리스크가 우려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는 업계 의견을 첨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존 현행법에 대한 통합 논의가 전무하다. 한국에는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 등 수십 개의 법안에서 제각각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법안에 따라 차별할 경우 벌금과 함께 차별금지법상 손해배상 의무까지 지는 등 중복 처벌 논란도 불가피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인간의 존엄, 평등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평등법이 필요하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으니 더는 국회가 침묵하면 안 된다”고 성명을 냈다. 기업의 자율적 활동을 침해한다는 주장에도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확인적 입법”이라며 “기업의 자율 등의 보장과 배척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미현/안대규 기자 mwise@hankyung.com
기업 현장 대혼란 불 보듯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 등 차별금지법상 차별의 개념은 유례없이 광범위하다. 성별, 장애, 국적, 출신 지역, 혼인 여부 등뿐 아니라 비슷한 법안이 있는 선진국엔 없는 학력, 고용형태 등의 기준도 포함됐다.이런 차별금지 기준은 채용, 승진, 임금, 정년, 해고 등 고용 부문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평등법 제13조는 성별, 학력 등을 이유로 모집·채용의 기회를 주지 않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제14조에서는 임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호봉 산정, 연봉 책정 등 임금 결정 기준을 다르게 정하지도 못하게 했다. 이렇게 되면 학사, 석·박사 간 연봉 차이에도 ‘차별 시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평등법 제5조)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이 조항이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별금지법은 은행 등 금융회사도 차별금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평등법 제21조는 ‘금융기관의 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 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그 밖에 금융서비스의 제공·이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예컨대 대출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갚을 능력이 큰 고신용의 정규직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법률위원장인 정선미 변호사는 “차별을 법에 절대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차별로부터 보호받는 쪽과 역차별을 당하는 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차별금지법이 소수에게 특권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기업 현장에서는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차별금지법에는 고용과 관련해 기업에 정보공개 의무까지 부여했다. 평등법 제38조는 채용에서 탈락한 취업준비생이 차별의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채용에 활용된 각종 평가표를 정보공개하도록 했다. 기업(사용자)은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업계 및 협회·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고용상의 차별금지 강화로 기업의 경영 위축, 일자리 축소라는 고용리스크가 우려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는 업계 의견을 첨부했다.
전례 없는 차별금지법
해외 사례를 비교해도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 196개국 가운데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나라는 35개국이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성별, 종교, 성 정체성, 임신 및 모성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했다. 더구나 이들 나라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차별금지를 명시한 기존 법을 없앴다. 예컨대 2006년 평등법을 제정한 영국은 1975년 제정된 성차별금지법과 인종관계법, 1995년 도입된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법을 평등법으로 통합했다.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존 현행법에 대한 통합 논의가 전무하다. 한국에는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 등 수십 개의 법안에서 제각각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법안에 따라 차별할 경우 벌금과 함께 차별금지법상 손해배상 의무까지 지는 등 중복 처벌 논란도 불가피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인간의 존엄, 평등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평등법이 필요하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으니 더는 국회가 침묵하면 안 된다”고 성명을 냈다. 기업의 자율적 활동을 침해한다는 주장에도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확인적 입법”이라며 “기업의 자율 등의 보장과 배척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미현/안대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