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희숙 "어떤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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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욱 국회반장 인터뷰
“미래를 얘기하는 한명도 없어 대선 출마 결심”
“연공서열 임금체계 못바꾸면 제조업 망할 것”
“고통스러워도 노동·기업·교육 굳은살 깎아내야”
“미래를 얘기하는 한명도 없어 대선 출마 결심”
“연공서열 임금체계 못바꾸면 제조업 망할 것”
“고통스러워도 노동·기업·교육 굳은살 깎아내야”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이후 35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법치와 민주주의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대선에) 나왔습니다.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얘기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일 윤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정치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쏟았던 ‘깜짝’ 이벤트였다. 올 들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 대표 선거 등에 출마해달라는 당 지도부의 성화에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윤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권 대선 1위 지지율 후보인 이재명 경지지사와 SNS에서 벌인 맞토론이 전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될 정도다.
윤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고통스럽더라도 노동, 기업, 교육 분야에 끼인 한국의 굳은 살을 깎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을 예로 들며 “근속 연수에 따라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제조업은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 한 시간 30분 인터뷰동안 ‘속사포’처럼 답을 내놓던 윤 의원은 ‘대통령이 되면 바꾸고 꼭 바꾸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허공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뒤 “한국의 공교육이 망가진 상태”라며 “어떤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를 만들려고 한다”는 답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주변에서 대선 출마를 의외로 받아들입니다.
“(웃으면서)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게으릅니다. 일을 잘 저지르지 않는 편이긴 하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선언을 보고 결심을 굳혔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선은 5년마다 치러져요. 향후 5년동안 국가의 대계를 좌우할 담론이 논의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4년 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정책 대결이 없었습니다. 이번 대선까지 놓치면 도합 10년을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허송세월하게 됩니다. ”
▷어떤 얘기를 해야 합니까.
“거의 모든 후보가 과거만 얘기하고 있어요.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기가 싫었습니다.” 1987년 6·29 민주화 항쟁 이후 35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법치와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게 매우 가슴 아프고 한심한 일입니다. 이렇게 눈이 핑핑 돌아가는 세상에서 과거 얘기만 하고 있어요. 내심 누군가는 얘기할 줄 알았습니다. 제 역할은 그런 지도자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답답해서 (대선에)나왔어요.”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나요.
“저희 어머님 세대는 저희 세대를 부러워하지만, 저희 세대는 다른 세대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고쳐줘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두 가지입니다.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은 너무 급락하고 있어요. 고령화 영향도 있긴 하지만 이 정도 속도는 아닙니다. 두 번째로 파이가 줄어드는 고통이 다음 세대에 너무 몰려있습니다. 세대 간 갈등 요소죠. 과거 억눌려 왔던 이런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쓴 <정책의 배신>이라는 책의 원래 제목은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였습니다. (깔깔 웃으며)출판사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제목을 바꿨죠.” ▷출마선언문에 ‘고통스럽더라도 경제의 굳은살을 깎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한국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보다 한국 밖으로 나가 투자하는 사람 훨씬 많습니다. 지난 3 년간 18조원이 나가고 5조원이 들어왔습니다. 한국은 왜 경제하기에 매력없는 나라가 됐을까요.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규제입니다. 첫번째는 노동규제, 두번째는 기업규제에요. 세번째는 교육 개혁입니다. 이런 것들이 다 굳은살입니다.”
▷노동규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기업인들은 노동 유연성을 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임금유연성이에요. 기업 경영을 하다 사정이 좋지 않으면 월급을 더 적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 사이에 임금격차가 너무 큽니다. 연구 결과에 따라 3배 차가 난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부작용이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게 굳은살입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합니다.
“굳은살을 잘라내도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없으면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잘라내는 심리적인 아픔, 고통이 크죠.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생산성에 비해 높은 돈을 받는 사람들의 월급이 줄어듭니다. 이런 고통은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근속 연수에 따라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한 말이 아니에요.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한 지적입니다. 이 회장은 이 정부의 사람인데도 이런 비판을 하고 있어요.”
▷연공급 체계를 바꾸는 데 민간 대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공공부문 고칠 수 있습니다. 공공부문 임금 개혁은 베스트 프랙티스(모범규준) 역할을 합니다. 사실 모든 개혁 중에서 의지만 있으면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게 공공부문 연공급 개혁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시작할 땐 개혁한다고 했어요. 노조가 반발하자 그대로 접었습니다.”
▷민간의 연공급제는 어떻게 개혁할 수 있나요.
큰 방향만 얘기하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노사가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법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중소기업 등 연공급제를 고치고 싶은 데 어떻게 할 지 모르는 기업들의 경우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공약으로 발표할 계획입니다.”
▷공공부문 개혁엔 공기업 뿐 아니라 공무원도 해당되나요.
“그것(공무원)부터 고쳐야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이거 하나는 꼭 바꿔보고 싶다고 국민들에게 말할 게 있나요.
“너무 많은데 한가지면…(10초간 허공을 응시하다) 어떤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에 가지 않는 학생들은 방치돼 있지요.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교는 그런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고 사회는 학생을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붕붕 떠 있다고 할까요. 교실에서 누워 자는 애들도 선생님이 책임 지지 않잖아요.”
▷왜 그럴까요.
규범이 잘못 자리 잡고 있어요. 건조하게 핵심만 말하면 공교육 망가진 거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어떤 재능을 키워야 하나를 고민하는 게 선생님의 역할입니다. 사회가 기대도 하지 않고 본인들도 그걸 하려고 하지 않아요.”
▷어떤 점을 고쳐야 하나요.
“한국에선 교육 문제를 무겁게 다루지 않습니다. 100년 대계인데 이 정부는 특히 그렇습니다. 조국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문제가 터지자 대학 정시 확대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교육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이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저녁 자리에서 정시가 확대될 수 있냐고 물어보니 단호하게 정시 확대는 없다고 했어요. 시험을 보면 집안 경제력의 영형을 더 많이 반영된다고 강조했어요. 장관의 뜻이라고도 했습니다.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더군요.”
▷소위 ‘임대차 3법’이 통과되고 약 1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있나요.
“대부분 예상했던 문제입니다. 다만 임대인과 임차인 불화는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오만가지 ‘꼼수’도 나오고 있어요. 월세를 규제를 하니 관리비에 월세를 전가하는 사람들도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시장을 교란했을 뿐 아니라 공동체의 윤리의식도 해쳤어요. 사람들을 그악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
▷향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바라봅니까.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앞으로 2~3년간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일반 국민들에게 시간이 있으면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줘야 합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사는데 신중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국민에게 협박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대통령도 위험하니 집을 사지 말라고 합니다. 굳이 그런 말 할필요없이 그런 생각이 들게 끔 신호를 주면 된다. 나중에 혹여라도 집값이 오르면 누가 책임을 질 건가요.”
▷최근 청년 문제에 대해 부쩍 강조를 많이 합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일자리밖에 답이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기업이 많이 생겨야 하고 커져야 합니다. 기업이 혁신하려고 할 때 (혁신을) 막지 않아야 합니다.”
▷보수당인 국민의힘도 포퓰리즘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건설 특별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저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안전문제, 매립비용 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책임있게 제시하는 게 예타제도의 근간입니다. 예타 결과를 보고 정부가 (반대로) 방향을 트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보의 생성 자체를 봉쇄한다는 건 문제가 큽니다. 예타를 스킵하겠다(건너뛰겠다)는 건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윤희숙 의원은 누구? 유튜브 구독자 8만, 이재명과 SNS 맞짱 뜨는 ‘초선 셀럽’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초선’ 정치인이다. 유승민·이혜훈 전 의원처럼 KDI 출신 경제 전문가로 발탁됐다.
초선이지만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영향력은 ‘대선 후보급’이라는 평가다. 올 1월 시작한 유튜브방송 ‘윤희숙TV’의 구독자수는 8만3000명으로 웬만한 언론사의 유튜브 구독자수를 능가한다. 1년 전 인터뷰에선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방송 출연을 꺼린다”고 했던 그였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국회 본회의 5분 자유연설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동료 의원들은 윤 의원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신중하다” “내공이 깊다”라는 평가를 한다.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면 이웃집 아줌마처럼 깔깔 웃으며 수다도 떤다. 인터뷰에서는 “짧은 결혼생활을 한 돌싱(돌아온 싱글)”이라며 “출산 경험은 없지만 젊은 여성들이 겁내는 게 뭔지를 잘 경험했다”고 ‘깜짝’ 고백하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특히 여권의 1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날 선 공격을 집중한다. 윤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추진하는)‘토지공개념 3법’은 경제철학으로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대편과 얘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도 “(이 지사의)주택매입관리공사 신설 방안은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당내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윤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복지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자 ‘제가 복지에 대해 알면 얼마나 많이 알겠냐’며 솔직하게 답변하더라”며 “정치인으로 매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얘기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일 윤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정치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쏟았던 ‘깜짝’ 이벤트였다. 올 들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 대표 선거 등에 출마해달라는 당 지도부의 성화에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윤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권 대선 1위 지지율 후보인 이재명 경지지사와 SNS에서 벌인 맞토론이 전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될 정도다.
윤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고통스럽더라도 노동, 기업, 교육 분야에 끼인 한국의 굳은 살을 깎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을 예로 들며 “근속 연수에 따라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제조업은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 한 시간 30분 인터뷰동안 ‘속사포’처럼 답을 내놓던 윤 의원은 ‘대통령이 되면 바꾸고 꼭 바꾸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허공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뒤 “한국의 공교육이 망가진 상태”라며 “어떤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를 만들려고 한다”는 답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주변에서 대선 출마를 의외로 받아들입니다.
“(웃으면서)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게으릅니다. 일을 잘 저지르지 않는 편이긴 하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선언을 보고 결심을 굳혔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선은 5년마다 치러져요. 향후 5년동안 국가의 대계를 좌우할 담론이 논의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4년 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정책 대결이 없었습니다. 이번 대선까지 놓치면 도합 10년을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허송세월하게 됩니다. ”
▷어떤 얘기를 해야 합니까.
“거의 모든 후보가 과거만 얘기하고 있어요.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기가 싫었습니다.” 1987년 6·29 민주화 항쟁 이후 35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법치와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게 매우 가슴 아프고 한심한 일입니다. 이렇게 눈이 핑핑 돌아가는 세상에서 과거 얘기만 하고 있어요. 내심 누군가는 얘기할 줄 알았습니다. 제 역할은 그런 지도자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답답해서 (대선에)나왔어요.”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나요.
“저희 어머님 세대는 저희 세대를 부러워하지만, 저희 세대는 다른 세대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고쳐줘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두 가지입니다.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은 너무 급락하고 있어요. 고령화 영향도 있긴 하지만 이 정도 속도는 아닙니다. 두 번째로 파이가 줄어드는 고통이 다음 세대에 너무 몰려있습니다. 세대 간 갈등 요소죠. 과거 억눌려 왔던 이런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쓴 <정책의 배신>이라는 책의 원래 제목은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였습니다. (깔깔 웃으며)출판사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제목을 바꿨죠.” ▷출마선언문에 ‘고통스럽더라도 경제의 굳은살을 깎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한국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보다 한국 밖으로 나가 투자하는 사람 훨씬 많습니다. 지난 3 년간 18조원이 나가고 5조원이 들어왔습니다. 한국은 왜 경제하기에 매력없는 나라가 됐을까요.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규제입니다. 첫번째는 노동규제, 두번째는 기업규제에요. 세번째는 교육 개혁입니다. 이런 것들이 다 굳은살입니다.”
▷노동규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기업인들은 노동 유연성을 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임금유연성이에요. 기업 경영을 하다 사정이 좋지 않으면 월급을 더 적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 사이에 임금격차가 너무 큽니다. 연구 결과에 따라 3배 차가 난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부작용이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게 굳은살입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합니다.
“굳은살을 잘라내도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없으면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잘라내는 심리적인 아픔, 고통이 크죠.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생산성에 비해 높은 돈을 받는 사람들의 월급이 줄어듭니다. 이런 고통은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근속 연수에 따라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한 말이 아니에요.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한 지적입니다. 이 회장은 이 정부의 사람인데도 이런 비판을 하고 있어요.”
▷연공급 체계를 바꾸는 데 민간 대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공공부문 고칠 수 있습니다. 공공부문 임금 개혁은 베스트 프랙티스(모범규준) 역할을 합니다. 사실 모든 개혁 중에서 의지만 있으면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게 공공부문 연공급 개혁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시작할 땐 개혁한다고 했어요. 노조가 반발하자 그대로 접었습니다.”
▷민간의 연공급제는 어떻게 개혁할 수 있나요.
큰 방향만 얘기하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노사가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법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중소기업 등 연공급제를 고치고 싶은 데 어떻게 할 지 모르는 기업들의 경우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공약으로 발표할 계획입니다.”
▷공공부문 개혁엔 공기업 뿐 아니라 공무원도 해당되나요.
“그것(공무원)부터 고쳐야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이거 하나는 꼭 바꿔보고 싶다고 국민들에게 말할 게 있나요.
“너무 많은데 한가지면…(10초간 허공을 응시하다) 어떤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에 가지 않는 학생들은 방치돼 있지요.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교는 그런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고 사회는 학생을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붕붕 떠 있다고 할까요. 교실에서 누워 자는 애들도 선생님이 책임 지지 않잖아요.”
▷왜 그럴까요.
규범이 잘못 자리 잡고 있어요. 건조하게 핵심만 말하면 공교육 망가진 거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어떤 재능을 키워야 하나를 고민하는 게 선생님의 역할입니다. 사회가 기대도 하지 않고 본인들도 그걸 하려고 하지 않아요.”
▷어떤 점을 고쳐야 하나요.
“한국에선 교육 문제를 무겁게 다루지 않습니다. 100년 대계인데 이 정부는 특히 그렇습니다. 조국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문제가 터지자 대학 정시 확대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교육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이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저녁 자리에서 정시가 확대될 수 있냐고 물어보니 단호하게 정시 확대는 없다고 했어요. 시험을 보면 집안 경제력의 영형을 더 많이 반영된다고 강조했어요. 장관의 뜻이라고도 했습니다.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더군요.”
▷소위 ‘임대차 3법’이 통과되고 약 1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있나요.
“대부분 예상했던 문제입니다. 다만 임대인과 임차인 불화는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오만가지 ‘꼼수’도 나오고 있어요. 월세를 규제를 하니 관리비에 월세를 전가하는 사람들도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시장을 교란했을 뿐 아니라 공동체의 윤리의식도 해쳤어요. 사람들을 그악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
▷향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바라봅니까.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앞으로 2~3년간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일반 국민들에게 시간이 있으면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줘야 합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사는데 신중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국민에게 협박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대통령도 위험하니 집을 사지 말라고 합니다. 굳이 그런 말 할필요없이 그런 생각이 들게 끔 신호를 주면 된다. 나중에 혹여라도 집값이 오르면 누가 책임을 질 건가요.”
▷최근 청년 문제에 대해 부쩍 강조를 많이 합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일자리밖에 답이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기업이 많이 생겨야 하고 커져야 합니다. 기업이 혁신하려고 할 때 (혁신을) 막지 않아야 합니다.”
▷보수당인 국민의힘도 포퓰리즘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건설 특별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저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안전문제, 매립비용 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책임있게 제시하는 게 예타제도의 근간입니다. 예타 결과를 보고 정부가 (반대로) 방향을 트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보의 생성 자체를 봉쇄한다는 건 문제가 큽니다. 예타를 스킵하겠다(건너뛰겠다)는 건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윤희숙 의원은 누구? 유튜브 구독자 8만, 이재명과 SNS 맞짱 뜨는 ‘초선 셀럽’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초선’ 정치인이다. 유승민·이혜훈 전 의원처럼 KDI 출신 경제 전문가로 발탁됐다.
초선이지만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영향력은 ‘대선 후보급’이라는 평가다. 올 1월 시작한 유튜브방송 ‘윤희숙TV’의 구독자수는 8만3000명으로 웬만한 언론사의 유튜브 구독자수를 능가한다. 1년 전 인터뷰에선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방송 출연을 꺼린다”고 했던 그였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국회 본회의 5분 자유연설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동료 의원들은 윤 의원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신중하다” “내공이 깊다”라는 평가를 한다.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면 이웃집 아줌마처럼 깔깔 웃으며 수다도 떤다. 인터뷰에서는 “짧은 결혼생활을 한 돌싱(돌아온 싱글)”이라며 “출산 경험은 없지만 젊은 여성들이 겁내는 게 뭔지를 잘 경험했다”고 ‘깜짝’ 고백하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특히 여권의 1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날 선 공격을 집중한다. 윤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추진하는)‘토지공개념 3법’은 경제철학으로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대편과 얘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도 “(이 지사의)주택매입관리공사 신설 방안은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당내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윤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복지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자 ‘제가 복지에 대해 알면 얼마나 많이 알겠냐’며 솔직하게 답변하더라”며 “정치인으로 매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