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8만원 '국민 용돈' 주려고…매년 52조 쏟아붓겠다는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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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年100만원 준다지만…
막대한 재정, 기본소득에 쏠려
모호한 재원 조달 계획
토지세, 결국 집값·임대료에 전가
막대한 재정, 기본소득에 쏠려
모호한 재원 조달 계획
토지세, 결국 집값·임대료에 전가
이재명 경기지사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임기 내에 국민 1인당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연간 51조7100억원으로 올해 국방예산(52조원)과 맞먹는다. 만 19~29세에 추가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데 따른 예산까지 합하면 6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쏟아붓지만 월로 환산하면 8만3000원에 불과하다. 효과에 대한 논란은 물론 재원조달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에게 현금을 뿌려 표를 사겠다는 것으로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란 진단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이 지사 공약에 대해 “목표로 내건 슬로건과 실현 방법이 어긋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양극화를 해소한다면서 돈을 피해계층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나눠주면 예산 대비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기본소득에 쏠리면서 빈곤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에 투자할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생계급여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2.5%로 하위 5% 이하인 절대빈곤층, 17% 이하인 상대빈곤층에 대한 복지가 미비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월 8만3000원의 기본소득은 빈곤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한국은 상위 20%가 내는 90%의 세금으로 하위 10% 계층에 도움을 주는 구조”라며 “기본소득은 상위 20%에게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까지 돈을 나눈다는 것으로 하위계층에는 도움이 안 되고 상위계층의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일용직과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용자 측이 기본소득 수급을 명분으로 일당 및 수당을 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예산 절감과 세원 관리를 하겠다는 원칙적인 표현만 있을 뿐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25조원에 이르는 돈이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조세감면 역시 근로소득 공제 축소 등을 시사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실제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얼마 이상 소득 근로자에 대해 어떻게 공제를 줄여 세금을 더 내도록 하겠다는 방향이 나와야 한다”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선 전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가장 구체적 계획이 나온 기본소득 토지세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토지 소유에 대해 1% 세율로 보유세를 걷어 연 50조원을 충당한다는 것이지만 대상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토지와 관련된 세금은 전가가 쉬워 표면적으로는 지주에게 걷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난한 이에게서 뺏는 게 된다”며 “결국 집값과 임대료, 제품 가격 형태로 전가돼 서민의 삶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30조원에서 64조원을 걷겠다는 탄소세는 기존 정부 정책과 모순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된 만큼 탄소세를 신설해도 관련 세수는 매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년 고정된 금액을 지출하는 기본소득의 주요 재원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 한 국책 연구소 연구원은 “기본소득 공약을 실현하려면 탄소 배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빈곤층에는 오히려 피해”
기본소득의 가장 큰 문제는 동일한 소득을 전체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년 전인 지난해 7월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하며 제시한 ‘삼불가(三不可)론’의 핵심 근거다. 홍 부총리는 당시 △180조원에 이르는 복지예산 조정 방안이 없고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며 △기본소득 도입에 성공한 국가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이 지사 공약에 대해 “목표로 내건 슬로건과 실현 방법이 어긋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양극화를 해소한다면서 돈을 피해계층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나눠주면 예산 대비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기본소득에 쏠리면서 빈곤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에 투자할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생계급여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2.5%로 하위 5% 이하인 절대빈곤층, 17% 이하인 상대빈곤층에 대한 복지가 미비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월 8만3000원의 기본소득은 빈곤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한국은 상위 20%가 내는 90%의 세금으로 하위 10% 계층에 도움을 주는 구조”라며 “기본소득은 상위 20%에게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까지 돈을 나눈다는 것으로 하위계층에는 도움이 안 되고 상위계층의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일용직과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용자 측이 기본소득 수급을 명분으로 일당 및 수당을 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뒤 안 맞는 재원조달 계획
전문가들과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재원조달 계획에 대해 “지나치게 모호해 평가 자체가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이 지사는 스스로 지난해 내놨던 계획을 별다른 설명 없이 상당 부분 수정했다. 각각 26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했던 재정구조 개혁과 조세감면분 축소에서 1조원씩을 들어냈다. 주요 재원 조달처 중 하나로 언급했던 로봇세도 삭제했다.재정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예산 절감과 세원 관리를 하겠다는 원칙적인 표현만 있을 뿐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25조원에 이르는 돈이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조세감면 역시 근로소득 공제 축소 등을 시사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실제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얼마 이상 소득 근로자에 대해 어떻게 공제를 줄여 세금을 더 내도록 하겠다는 방향이 나와야 한다”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선 전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가장 구체적 계획이 나온 기본소득 토지세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토지 소유에 대해 1% 세율로 보유세를 걷어 연 50조원을 충당한다는 것이지만 대상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토지와 관련된 세금은 전가가 쉬워 표면적으로는 지주에게 걷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난한 이에게서 뺏는 게 된다”며 “결국 집값과 임대료, 제품 가격 형태로 전가돼 서민의 삶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30조원에서 64조원을 걷겠다는 탄소세는 기존 정부 정책과 모순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된 만큼 탄소세를 신설해도 관련 세수는 매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년 고정된 금액을 지출하는 기본소득의 주요 재원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 한 국책 연구소 연구원은 “기본소득 공약을 실현하려면 탄소 배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