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 E&T가 포기한 대양금속 인수
KH그룹, 착한이인베스트에 50억 지원
착한이인베스트는 쌍방울 CB 인수
쌍방울 CB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연루
정치권에서는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빼낸 돈이 쌍방울 CB를 통한 변호사비 대납에 쓰였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대장동 인물들'과 쌍방울 CB거래 관계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투자조합인 에프앤디조합을 주축으로 한 이엑스티(현 KH E&T) 컨소시엄은 2019년 1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양금속 인수를 추진했다.에프앤디조합은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이엑스티 측이 2019년 10월 설립했다. 같은 해 11월1일 대양금속 채권단은 이엑스티컨소시엄을 인수 예정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이엑스티는 채권단과 주식 매매계약 예정일(12월11일)을 앞둔 12월3일 보유하고 있던 에프앤디조합 지분(66.42%)에 따른 출자금을 조합 측에 반환한다. KH그룹 관계자는 “당초 대양금속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사 등을 거쳐 인수를 중단하기로 판단했다”며 “마침 대양금속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나타난 투자자가 있어 지분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주식 매매계약을 거쳐 대양금속 최대주주가 채권단에서 에프앤디조합으로 바뀐 12월30일 에프앤디조합 최대주주는 나석규 금강인프라건설 대표(31.69%)였다. 이에 대해 KH그룹은 “조합 지분을 매각한 뒤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나 대표는 2019년 4월 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 더감 대표로부터 100억원을 건네받은 인물이다. 최근 경찰 조사에서 나 대표는 2014~2015년경 “대장동 토목사업권을 주겠다”는 이 대표에게 20억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나 대표가 남욱 변호사에게 따로 10억원을 건넸고, 이 중 8억3000만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전달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후 2019년 4월 김씨는 화천대유에서 가져간 473억원 중 일부인 100억원을 이 대표에 건넸다. 이 대표는 100억원을 당일 곧바로 나 대표의 법인 계좌로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대표가 이 대표에 준 액수(20억원)의 5배가 넘는 100억원을 왜 받았는지,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 나 대표 이전에 대양금속 인수를 추진한 KH E&T는 나 대표에게 100억원이 전달된 시점인 2019년 4월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에 20억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한다. 같은 날 KH E&T 최대주주인 장원테크도 착한이인베스트에 30억원을 대여했다.
이처럼 KH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착한이인베스트는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3년 만기 CB 100억원어치를 인수한 회사다. 최대주주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지분율 40%)이다.
"이재명 측근 포진한 쌍방울 CB, 변호사비 대납 의심"
정치권에서는 화천대유에서 빼돌려진 100억원을 받은 나석규 대표가 쌍방울 CB 투자회사에 자금지원을 한 KH그룹의 M&A 과정에 모습을 드러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쌍방울 CB는 이재명 후보에 제기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연루됐기 때문이다.친문(친문재인) 성향 시민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민당)은 지난 7일 이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이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사실이 없다’ 및 ‘대장동 개발이익금 5503억원을 환수했다’ 등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검찰 판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 후보는 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검사장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1~3심에 참여한 변호인 수만 28명에 이른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 변호인단을 꾸리려면 수임료가 최소 1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변호사비로 2억5000만원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깨시민당은 “이 후보가 변호사비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한 제보자의 녹취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녹취록에는 2018년 10월 이 후보 사건 변호를 맡은 이태형 법무법인 엠 변호사(현 이재명 캠프 법률지원단장)이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3년 뒤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깨시민당은 “3년 뒤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은 쌍방울 CB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태형 변호사가 2019년 12월부터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 사외이사를 맡는 등 이재명 후보 관련 인물들이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로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쌍방울),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나노스), 조계원 전 경기도 정책수석(나노스) 등 이 후보 측근들이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이태형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3명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주가가 오른 시점에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대주거래로 주식을 팔 경우 실제 돈이 오가지 않아도 특정인에 이득을 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양측이 서로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쌍방울-KH그룹, 대장동 인물들과 관련성 '주목'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연루된 쌍방울 CB로는 2018년 11월 발행된 100억원 규모 CB가 우선 거론된다. 당시 CB를 인수한 착한이인베스트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두 달 전 설립한 회사다.쌍방울그룹 실질 오너로 꼽히는 김 전 회장은 2014년 쌍방울을 인수한 뒤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사업영역을 속옷에서 스마트폰,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으로 넓혀왔다.
전북 남원 출신인 김 전 회장은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조직원들과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이 후보와 사진을 찍은 사람은 김 전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의 수행실장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사진 속 인물은 영어강사로 재직 중인 정모 씨”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CB를 인수한 착한이인베스트에 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KH그룹과 대장동 관련 인물들과의 인연도 관심을 끈다.
2019년 4월 KH E&T가 착한이인베스트에 대한 자금 대여를 결정할 당시 사외이사는 나란히 민주당 의원을 지낸 정호준·이철 전 의원이었다.
정 전 의원은 정대철 전 민주당 고문의 아들로 정 전 고문 양친을 기리는 ‘정일형·이태영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 더감 대표는 2018년부터 기념사업회 이사를 맡는 등 정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화천대유로부터 자문료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인척 관계다. 그런데 기념사업회 SNS에는 최근까지 이 대표 직함이 ‘KH E&T 회장’으로 등재돼 있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 대표가 K사 회장으로 행세했다면 K사의 숨겨진 실소유주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H E&T는 "이 대표가 회장직을 맡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오타를 낸 것"이라고 했다.
이기성 대표로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준 100억원을 받은 나석규 금강인프라건설 대표가 2019년 12월 KH E&T의 뒤를 이어 대양금속을 인수한 것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대양금속은 나 대표 측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2020년 2월 김홍국 당시 경기대 겸임교수(전 뉴시스 정치부장)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교수는 그해 7월 이 후보의 ‘입’인 경기도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이 후보는 쌍방울 CB를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지난 18일 “(쌍방울이)저와 어떤 연관이 있다고 대납을 하나. 정치적으로 일단 주장하고 보고 의심을 사려고 하는 구태”라고 말했다. 쌍방울그룹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KH E&T는 “2019년 4월 착한이인베스트에 20억원을 빌려준 것은 맞지만 그해 연말에 모두 돌려받았다”며 “대장동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기성 대표와 나석규 대표는 본지의 수차례 취재 요청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오형주/좌동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