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종전선언 하려면 대북제재 풀어야…北이 원하는 것 줘야"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남북이 종전선언을 하고 북·미가 대화하려면 북한이 원하는 것도 줘야 한다”며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26일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제7회 환황해포럼에 참석해 “북한은 민생 경제와 관련된 석유 수입 제한, 석탄·수산물·섬유 제품 수출 제한 등 제재를 풀어주는 것을 ‘적대시 정책’ 완화로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은 통상적인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등을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주장했다.

‘적대시 정책’의 철회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내건 선제 조건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김여정도 지난달 25일 “북남 관계 경색 원인은 남조선에 있다면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다만 문 이사장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미국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문 이사장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방역·백신 지원 관련 얘기는 나오지만, 제재 완화를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 현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덜 부담이 가는 남북·한미·북미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