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 / 사진=임승호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 / 사진=임승호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머슴론'을 앞세워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는 "우리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니 나는 '머슴'이라는 생각으로 주인의 뜻을 철저히 따를 것"이라고 말하면서 낮은 자세로 국민을 대하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의 이러한 모습은 지난 2017년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도 그대로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자신이 추진했던 '무상교복' 정책에 반대한 야당 시의원들의 명단을 직접 공개한 근거로 머슴론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이 후보는 "공인의 공적 활동은 공개되고 책임져야 한다"면서 무상교복 예산 삭감에 찬성한 야당 시의원 8명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후보가 머슴론을 언급하는 과정에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임 대변인은 국민의힘에서 실시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20대 청년 정치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대학생 신분이었던 임 대변인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어긋난 정책추진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그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의 무상교복 정책 예산을 삭감한 시의원들의 신상을 공개했다"며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의원들에게 '공개 망신'을 주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무상교복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경제사정이 넉넉한 학생, 힘든 학생 상관없이 무상으로 교복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학생까지 무상의 혜택을 주려는 이유로는 차등지급을 하면 사회적 낙인을 찍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시장처럼 교복 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다"며 "이 시장에게 묻겠다. 시의원은 시장의 정책에 찬성하는 거수기인가. 시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시의원들의 정당한 의결권을 모욕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고 권위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임 대변인의 주장이 뼈아팠을까. 이 후보는 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공유하면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임 대변인과 소위 '키배(키보드 배틀)'를 시작했다. 그는 '여러분도 한번 판단해보시라'며 임 대변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후보는 "임승호 님. 당신은 야당 시의원들이 무상교복을 반대한 게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오히려 저는 시의원이 시 정책을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가 내놓은 정책에 반대하는 게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신 대리인은 주권자에게 대리업무 수행상황을 알려야 한다"며 "주권자에게 알리려고 공개회의에서 남긴 회의록을 시장의 페이스북으로 더 많이 알리면 안 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권력의 귀속 주체는 주권자인 시민이고 시의원이나 시장은 월급을 받는 대리인이자 '머슴'일 뿐"이라며 "공무원은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지배자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머슴론을 꺼내 들었다.
사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캡처
사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캡처
격정적인 키배가 벌어진 이후 임 대변인은 이 후보가 올린 글의 댓글로 재차 무상교복에 반대하는 논거를 정리해 달았다. 하지만 당시 이 후보는 "좋은 공부가 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짧은 댓글만 남긴 채 별다른 재반박 없이 사라졌다.

임 대변인은 지난 7일 한경닷컴에 "이 후보가 저와 당시 붙었던 키배를 기억은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시민의 머슴을 자처한 성남시장이라는 지위를 가진 사람이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게시물을 박제한 것 자체가 매우 공포스러웠고, 지지자들의 모욕성 댓글은 감당하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저 또한 공당의 대변인이 되었으니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두려 한다"며 "다만 이 후보가 5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을 머슴이라고 지칭함과 동시에 시위자의 외침에 '다했죠?'라며 조롱하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 전혀 바뀌지 않은 듯싶다. 이제는 '키배'가 아닌 '소통'을 했으면 하고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