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대선 후보들은 TV토론에서 초반엔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이어갔다. 토론 경력에 따라 개인차는 있었지만 모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때론 상대 질문에 정확한 수치를 대지 못해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든 것은 ‘군소 정당’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안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구체적인 연금개혁 방안을 내놓지 않았는데 그럼 연금개혁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당황한 윤 후보는 “연금개혁은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라며 “다음 정부에선 초당적으로 정권 초기부터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다른 후보들을 향해서도 연금개혁 동의 여부를 물은 뒤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고 우리 네 명이 공동 선언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좋은 의견”이라고 맞장구쳤고, 윤 후보도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감싼 점을 문제 삼으며 “정말로 성범죄자 안희정 씨 편인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제 처가 제가 알지도 모르는 사람과 그렇게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상처를 받으신 분에 대해서는 김지은 씨를 포함해 모든 분에게 사과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주택청약 관련 질문에 ‘오답’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는 부동산 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가 즉시 “84점”이라고 하자 윤 후보는 “아, 예, 84점”이라고 정정했다.

이날 토론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상대방의 배우자 관련 의혹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적지 않은 ‘배우자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이슈를 제기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