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철도 지하화…대선 때마다 되살아나는 '좀비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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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눈길은 잡지만…실현 가능성 있나
정주영 30년前 주장 '반값 주택'
땅 빼고 분양…토지임대료 내야
서울시내 철도 지하화에 38조
제주~목포 해저 연결 14조~17조
막대한 예산 조달방법 불투명
文, 결국 접은 '광화문 집무실'
경호·교통혼잡 등 부작용 우려
정주영 30년前 주장 '반값 주택'
땅 빼고 분양…토지임대료 내야
서울시내 철도 지하화에 38조
제주~목포 해저 연결 14조~17조
막대한 예산 조달방법 불투명
文, 결국 접은 '광화문 집무실'
경호·교통혼잡 등 부작용 우려
“토지개발공사(현 LH)의 개발이익을 없앤다면 아파트 반값 공급은 실현 가능한 것입니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표는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집권하면 아파트 가격은 완전히 재형성될 것”이라며 ‘반값 아파트’ 공약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30년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반값 아파트’와 ‘원가 주택’이라는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되살아나는 ‘좀비 공약’이 있다. 오래전부터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공약이다. 여야 모두 표가 된다는 이유로 “재탕·삼탕을 서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값 아파트는 통상 ‘토지임대부주택’을 의미한다. 주택 가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토지의 가치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토지임대료’ 명목으로 사실상 월세를 지급해야 해 실제 ‘반값 아파트’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공약이 나온 지 30년이 됐지만,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값 아파트라는 단어 자체가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쉽다”며 “시세대로 토지임대료를 내게 되면 대출이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반값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철도 지하화 공약은 1995년 처음으로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은 경부고속철도 대전 구간 지하화 공약을 내놨다. 이 공약이 등장한 지 27년이 지났지만 대전시는 여전히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2013년 서울시 용역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체 철도 가운데 지상 구간인 118.1㎞를 지하화하는 데 드는 사업비는 38조원으로 추산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나오는 공약은 지역 숙원사업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은 상당히 낮은 게 공통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지난 1월 꺼낸 ‘제주 해저터널’ 역시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공약이다. 이 후보는 “제주도에 해저터널을 연결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로 2시간 반이면 간다”며 “돈도 별로 안 들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제주 해저터널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공약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경제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한국교통연구원은 전남 목포와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사업비를 14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비용편익분석 결과 경제성이 떨어져 추진이 보류됐다. 이후 국토연구원은 2016년 제주 해저터널 사업비를 16조8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사업기간은 16년 걸린다는 게 국토연구원의 분석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무산된 대표적 공약이다. 유홍준 광화문시대자문위원은 2019년 문 대통령에게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보고한 뒤 “현 단계에서 집무실을 광화문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경호와 교통 혼잡 문제 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도 공약하는 것만으로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선거철마다 같은 공약을 내놓는 것”이라며 “공약을 재탕·삼탕할 때는 적어도 실현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미현/김인엽 기자 mwise@hankyung.com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표는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집권하면 아파트 가격은 완전히 재형성될 것”이라며 ‘반값 아파트’ 공약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30년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반값 아파트’와 ‘원가 주택’이라는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되살아나는 ‘좀비 공약’이 있다. 오래전부터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공약이다. 여야 모두 표가 된다는 이유로 “재탕·삼탕을 서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값 아파트 불가능”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너나 할 것 없이 내놓은 반값 아파트는 선거의 단골 공약이다. 14대 대선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2006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반값 아파트 특별법을 추진했고, 지난해 4월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 공약으로 선보였다.반값 아파트는 통상 ‘토지임대부주택’을 의미한다. 주택 가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토지의 가치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토지임대료’ 명목으로 사실상 월세를 지급해야 해 실제 ‘반값 아파트’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공약이 나온 지 30년이 됐지만,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값 아파트라는 단어 자체가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쉽다”며 “시세대로 토지임대료를 내게 되면 대출이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반값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예산 공통점
철도 지하화 역시 대표적인 ‘좀비 공약’이다. 이 후보는 1·2·4호선, 경의선·중앙선 지상 구간 등을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 또한 “도시철도·고속도로를 지하화해 주택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철도 지하화 공약은 1995년 처음으로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은 경부고속철도 대전 구간 지하화 공약을 내놨다. 이 공약이 등장한 지 27년이 지났지만 대전시는 여전히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2013년 서울시 용역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체 철도 가운데 지상 구간인 118.1㎞를 지하화하는 데 드는 사업비는 38조원으로 추산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나오는 공약은 지역 숙원사업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은 상당히 낮은 게 공통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지난 1월 꺼낸 ‘제주 해저터널’ 역시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공약이다. 이 후보는 “제주도에 해저터널을 연결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로 2시간 반이면 간다”며 “돈도 별로 안 들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제주 해저터널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공약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경제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한국교통연구원은 전남 목포와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사업비를 14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비용편익분석 결과 경제성이 떨어져 추진이 보류됐다. 이후 국토연구원은 2016년 제주 해저터널 사업비를 16조8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사업기간은 16년 걸린다는 게 국토연구원의 분석이다.
광화문 집무실 또 등장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설치 공약은 또 다른 ‘좀비 공약’을 예고하고 있다. 광화문 집무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며 선보인 공약이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확대하고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는 상징적 측면에서 지지를 받았다.하지만 좋은 취지와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무산된 대표적 공약이다. 유홍준 광화문시대자문위원은 2019년 문 대통령에게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보고한 뒤 “현 단계에서 집무실을 광화문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경호와 교통 혼잡 문제 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도 공약하는 것만으로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선거철마다 같은 공약을 내놓는 것”이라며 “공약을 재탕·삼탕할 때는 적어도 실현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미현/김인엽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