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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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유세 현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RE100 때문에 2조원짜리 계약을 날렸다"고 주장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선력을 전부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업계에서는 이 후보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대선 후보가 기업에 불리한 오해를 퍼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23일 충남 당진을 찾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BMW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했는데 조건이 있었다. 재생 에너지로만 생산하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LG는 포기했고, 삼성 SDI가 (배터리 생산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I는 해외로 나갔다. 국내에 재생에너지가 없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이라며 "앞으로는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같은 주장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2일 경기 부천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BMW에 배터리 2조원어치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했는데 RE100을 지킬 재생에너지가 국내에 없어서 못했다"며 "2조원을 날린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배터리업계에서는 이같은 이 후보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BMW 공급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가져갔다가 무산된 것이 전혀 아니다"며 "애초에 계약 입찰 과정에서 삼성SDI가 더 맞는 조건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체크]이재명 "LG엔솔, RE100 때문에 2조 날렸다"는데…업계 "대체 무슨 소리인지"
전기차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삼성SDI가 계약을 가져간 것이 LG에너지솔루션의 '친환경 역량 부족'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주요 공장에 RE100을 이미 적용하고 있고, RE100 전환 실적은 33%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삼성SDI는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가운데 유일하게 BMW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탄탄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BMW 계약 당시 삼성SDI는 RE100 회원사도 아니었다. RE100이 계약 성사와 전혀 무관하다는 근거"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RE100으로 무산되는 계약이 많았다면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2위라는 성과는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업인들은 이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위해 기업에 불리한 주장을 사실처럼 내세운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BMW-삼성SDI 계약이 이뤄질 당시인 2018년에는 RE100을 달성한 배터리 기업이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체 어떤 점을 근거로 이런 말을 꺼내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가 인용한 RE100으로 인한 LG화학 계약 무산 사례는 2018년 국정감사 때 김현권 의원실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입법검토보고서를 참고한 내용이다"라고 해명했다.

전범진/김형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