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선거 노리는 인사 배제를" "무리한 공약 버릴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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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이끌었던 원로 정치인의 조언
김형오 전 국회의장
지방선거 출마하려는 인사 뽑으면
김진표 의원
인수위 성공하는 2대 조건은
국정로드맵과 인재풀 만들기
김형오 전 국회의장
지방선거 출마하려는 인사 뽑으면
김진표 의원
인수위 성공하는 2대 조건은
국정로드맵과 인재풀 만들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인사는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인수위원회 회의에는 매주 3회 이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참석하길 바랍니다.”(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수위는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 가운데 무리한 약속을 주워 담을 마지막 기회입니다.”(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명박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노무현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장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당선인에게 이 같은 조언을 내놨다.
한국경제신문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 출범을 앞두고 지난 11일 김형오 전 의장, 지난 12일 김진표 의원과 인터뷰했다. 각각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 인수위를 이끈 두 정치 원로는 윤석열 인수위가 새 정부 출범까지 두 달간의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하기보다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규정하고, 대선 때 쏟아낸 공약 중 정말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을 추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수위 성공을 위해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뭡니까.
▷김형오=“당선인이 인수위의 기능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수위는 설계에 따라 여러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인수위 핵심 구성원들이 그대로 내각 각료로 이동하는 ‘베이스캠프형’ 인수위가 될 수도 있고, 완전히 실무자 중심으로 정책을 만드는 ‘업무 중심형’ 인수위가 되거나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을 설계하는 ‘메시지형’ 인수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선인이 인수위의 방향성을 명확히 결정하고, 인수위는 그 지침에 따라 구성되고 행동해야 합니다.”
▷김진표=“인수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국정과제의 선정과 공표입니다. 정부 출범까지 남은 두 달은 윤 당선인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발표한 공약을 일부라도 주워 담을 마지막 기회입니다. 윤 당선인의 각종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5년간) 300조원 넘게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수위가 이 가운데 정말 필요하고, 진행해야 할 공약들을 선정해 국정과제로 발표하면 언론의 치열한 검증과 비판이 이뤄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수위가 포기한 공약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충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수위 운영의 핵심은 뭔가요.
▷김형오=“당선인이 인수위에 긴밀하게 참여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두 달의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간은 자칫하면 당선인 비서실과 인수위가 각자의 목소리와 입장을 내는 ‘혼란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수위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과거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문제로 인수위의 힘이 크게 빠졌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당선인이 최소 1주일에 3회 이상은 인수위에서 공개회의를 하고, 매일 인수위원장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당선인을 중심으로 당선인 비서실과 인수위가 함께 움직이는 포괄 조직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합니다.”
▷인재 기용도 인수위의 주요 임무일 텐데요. 인수위는 함께할 사람들을 어떻게 골라야 합니까.
▷김진표=“인수위는 5년간 같이 일할 사람을 추려주는 조직입니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 당시 차관급 이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인재 3000명을 추려서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윤석열 인수위가) 여당과 야당, 언론과 재계, 학계, 시민사회 모두의 폭넓은 추천을 거쳐 3000명의 넉넉한 인재풀을 만들고 치열하게 검증한다면 ‘회전문 인사’ 없는 정권이 가능할 것입니다. 인재풀과 로드맵 2개만 해도 인수위는 성공입니다.”
▷김형오=“이명박 인수위를 돌이켜 보면 당시 총선을 앞둔 가운데 총선 출마를 생각하는 인사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들은 인수위 기간 내내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발언과 행동으로 인수위에서 혼선을 불러왔습니다. 이번 인수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범하는 만큼 지방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내각 구성에도 정권의 순항을 위해서는 정치권 밖의 실무형 인사를 적극 기용하는 게 좋습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김진표=“윤 당선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통해 ‘함께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습니다. 그 약속은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국민의 결정에도 작용한 만큼 안 대표의 인수위 참여는 당연한 결정입니다. 또 안 대표는 과학 기술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 인수위에 분명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인사입니다. 다만 안 대표의 국정 경험 부족을 보완하는 인사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위 부위원장과 분과위원장 인사를 안 대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실무형 인재 중심으로 선임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선이 역대 최소 표차로 끝나면서 국민통합, 민주당과의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김형오=“통합은 결국 당선인의 몫입니다. 당장 두 달짜리 인수위가 국민통합의 결과물을 내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반드시 실패로 이어질 겁니다. 당선인이 직접 국민 통합의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는 현란한 말장난으로 ‘이걸 해주겠다, 저걸 해주겠다’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국민 통합을 위한 적재적소로 당선인이 찾아가야 합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힘든 의료진을 만나고, 자영업자를 만나고, 휴전선 철책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장병을 찾아가 위로해야 합니다. 당선인이 이런 국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당선인이 직접 인수위 핵심 인사들과 같이 민주당 당사를 찾아가 협치를 논의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대선에서 당선인에게 표를 적게 준 지역과 세대를 찾아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더 좋을 겁니다.”
▷김진표=“당선인에게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민주당의 공약을 살펴보면서 이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은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정부조직법 통과와 주요 인사의 청문회 역시 탈 없이 진행될 겁니다. 아무리 훌륭한 국정철학이 담긴 법안이나 예산이라도 결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172석을 가진 야당(민주당)과의 협치 없이는 정권 초반부터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인수위 기간부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가동한다면 보다 유연한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정부조직법도 통과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인수위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 개편 문제에 접근해야 할까요.
▷김진표=“(여가부 폐지는) 후보의 대표 공약인 만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치열하게 토론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사회 각계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인수위는 현 정부 관료와 외부 전문가, 정치권 인사 모두의 의견과 조력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입니다. 이 권한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김형오=“문재인 정부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 중 하나가 ‘국민 편가르기’입니다. 정부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급하거나 섣부른 결정을 하면 결코 안 됩니다. 당선인이 보다 큰 맥락에서 정부 조직 개편에 담긴 국정 철학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아젠다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인수위는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 가운데 무리한 약속을 주워 담을 마지막 기회입니다.”(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명박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노무현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장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당선인에게 이 같은 조언을 내놨다.
한국경제신문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 출범을 앞두고 지난 11일 김형오 전 의장, 지난 12일 김진표 의원과 인터뷰했다. 각각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 인수위를 이끈 두 정치 원로는 윤석열 인수위가 새 정부 출범까지 두 달간의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하기보다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규정하고, 대선 때 쏟아낸 공약 중 정말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을 추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수위 성공을 위해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뭡니까.
▷김형오=“당선인이 인수위의 기능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수위는 설계에 따라 여러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인수위 핵심 구성원들이 그대로 내각 각료로 이동하는 ‘베이스캠프형’ 인수위가 될 수도 있고, 완전히 실무자 중심으로 정책을 만드는 ‘업무 중심형’ 인수위가 되거나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을 설계하는 ‘메시지형’ 인수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선인이 인수위의 방향성을 명확히 결정하고, 인수위는 그 지침에 따라 구성되고 행동해야 합니다.”
▷김진표=“인수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국정과제의 선정과 공표입니다. 정부 출범까지 남은 두 달은 윤 당선인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발표한 공약을 일부라도 주워 담을 마지막 기회입니다. 윤 당선인의 각종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5년간) 300조원 넘게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수위가 이 가운데 정말 필요하고, 진행해야 할 공약들을 선정해 국정과제로 발표하면 언론의 치열한 검증과 비판이 이뤄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수위가 포기한 공약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충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수위 운영의 핵심은 뭔가요.
▷김형오=“당선인이 인수위에 긴밀하게 참여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두 달의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간은 자칫하면 당선인 비서실과 인수위가 각자의 목소리와 입장을 내는 ‘혼란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수위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과거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문제로 인수위의 힘이 크게 빠졌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당선인이 최소 1주일에 3회 이상은 인수위에서 공개회의를 하고, 매일 인수위원장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당선인을 중심으로 당선인 비서실과 인수위가 함께 움직이는 포괄 조직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합니다.”
▷인재 기용도 인수위의 주요 임무일 텐데요. 인수위는 함께할 사람들을 어떻게 골라야 합니까.
▷김진표=“인수위는 5년간 같이 일할 사람을 추려주는 조직입니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 당시 차관급 이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인재 3000명을 추려서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윤석열 인수위가) 여당과 야당, 언론과 재계, 학계, 시민사회 모두의 폭넓은 추천을 거쳐 3000명의 넉넉한 인재풀을 만들고 치열하게 검증한다면 ‘회전문 인사’ 없는 정권이 가능할 것입니다. 인재풀과 로드맵 2개만 해도 인수위는 성공입니다.”
▷김형오=“이명박 인수위를 돌이켜 보면 당시 총선을 앞둔 가운데 총선 출마를 생각하는 인사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들은 인수위 기간 내내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발언과 행동으로 인수위에서 혼선을 불러왔습니다. 이번 인수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범하는 만큼 지방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내각 구성에도 정권의 순항을 위해서는 정치권 밖의 실무형 인사를 적극 기용하는 게 좋습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김진표=“윤 당선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통해 ‘함께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습니다. 그 약속은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국민의 결정에도 작용한 만큼 안 대표의 인수위 참여는 당연한 결정입니다. 또 안 대표는 과학 기술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 인수위에 분명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인사입니다. 다만 안 대표의 국정 경험 부족을 보완하는 인사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위 부위원장과 분과위원장 인사를 안 대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실무형 인재 중심으로 선임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선이 역대 최소 표차로 끝나면서 국민통합, 민주당과의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김형오=“통합은 결국 당선인의 몫입니다. 당장 두 달짜리 인수위가 국민통합의 결과물을 내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반드시 실패로 이어질 겁니다. 당선인이 직접 국민 통합의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는 현란한 말장난으로 ‘이걸 해주겠다, 저걸 해주겠다’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국민 통합을 위한 적재적소로 당선인이 찾아가야 합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힘든 의료진을 만나고, 자영업자를 만나고, 휴전선 철책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장병을 찾아가 위로해야 합니다. 당선인이 이런 국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당선인이 직접 인수위 핵심 인사들과 같이 민주당 당사를 찾아가 협치를 논의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대선에서 당선인에게 표를 적게 준 지역과 세대를 찾아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더 좋을 겁니다.”
▷김진표=“당선인에게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민주당의 공약을 살펴보면서 이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은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정부조직법 통과와 주요 인사의 청문회 역시 탈 없이 진행될 겁니다. 아무리 훌륭한 국정철학이 담긴 법안이나 예산이라도 결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172석을 가진 야당(민주당)과의 협치 없이는 정권 초반부터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인수위 기간부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가동한다면 보다 유연한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정부조직법도 통과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인수위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 개편 문제에 접근해야 할까요.
▷김진표=“(여가부 폐지는) 후보의 대표 공약인 만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치열하게 토론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사회 각계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인수위는 현 정부 관료와 외부 전문가, 정치권 인사 모두의 의견과 조력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입니다. 이 권한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김형오=“문재인 정부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 중 하나가 ‘국민 편가르기’입니다. 정부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급하거나 섣부른 결정을 하면 결코 안 됩니다. 당선인이 보다 큰 맥락에서 정부 조직 개편에 담긴 국정 철학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아젠다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