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로 방문객 증가 전망…광릉숲 2.5배로 껑충
새 길 만든다며 자연훼손·예산낭비 등 우려, 관리·정비 철저 목소리도
'위드 코로나'에 전국 곳곳 산책로·숲길 조성 '활기'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책길과 숲길 조성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미 주요 산책길로 알려진 곳에는 방문객 발길이 늘고 있어, 새로 추진되는 숲길 조성 사업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에선, 산책길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만큼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광릉숲 방문객 2.5배 껑충…거리두기 완화로 발길 늘어
10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광릉숲 산책로(3㎞ 구간)에는 지난해 95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0년보다 2.5배 늘어난 것이다.

2019년 개설 첫해 59만 명이 방문했으나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38만 명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발길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백신 접종 등으로 방문객이 다시 많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충남 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 일대 '내포문화숲길'도 방문객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2만1천여 명이 찾아, 예년보다 3천∼4천 명가량 많다.

내포문화숲길은 지방자치단체 숲길 중 처음으로 국가 숲길로 지정된 곳으로 원효깨달음길(103.5㎞), 백제부흥군길(110.3㎞), 내포천주교순례길(47.8㎞), 내포역사인물 동학길(58.5㎞) 등 4개 주제(31개 길)로 운영된다.

담당 지자체는 올해 하반기 이용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설물 일제 재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전국 곳곳 산책로·숲길 조성 '활기'
경기 용인시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8월 정비를 완료한 '청년 김대건길'도 인기를 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은이성지에서 안성시 미리내성지로 이어지는 이 길은 '한국판 산티아고'로 알려지면서 순례자들 발길이 닿고 있다.

◇ '영남알프스'에 휴양림 개장…대도시 곳곳에 숲길 조성
이런 분위기 속에 새로운 숲길과 함께 휴양림, 산책로도 전국 곳곳에 조성되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한탄강을 따라 연천∼포천∼철원 120㎞를 잇는 '주상절리길'을 올해 안에 완공한다.

두 자치단체가 상생 협약을 맺고 추진한 사업으로 경기도가 308억원, 강원도가 279억원을 각각 투입해 탐방로, 출렁다리, 전망대, 쉼터 등을 설치하고 있다.

경기도는 주상절리길 전 구간이 연결되면 해당 시·군과 협력해 연계 관광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광주에서는 무등산에서 영산강까지 한 번에 걸어갈 수 있는 '시민의 솟음길 조성 사업'이 추진 중이다.

2023년까지 삼각산 정상에서 일곡동 한새봉을 거쳐 일동중학교까지 약 5.5㎞ 구간에 도심 속 도보여행(트레킹)이 가능한 등산 숲길을 만든다.

'위드 코로나'에 전국 곳곳 산책로·숲길 조성 '활기'
경남 밀양시는 단장면 구천리에 지역 1호 산림휴양리조트인 도래재 자연휴양림을 7월 1일 개장한다.

'영남알프스'(경남 밀양·양산, 울산에 걸친 고산 지역) 산림 52㏊에 국비와 지방비 100억원을 들여 계곡 숲길, 산책 순환로, 야영 데크, 요가 체험장뿐만 아니라 28개 객실을 갖춘 산림휴양관(2동)·숲속의 집(3동) 등 산림휴양 시설을 조성했다.

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전 서구는 시민 야외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구봉산 자락에 숲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예산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제공해 지원받은 국비 13억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서구는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물러야 했던 시민들 야외활동이 늘어나면 숲길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시는 2026년까지 500억원을 들여 도심에 15개 산책로(갈맷길)를 조성할 계획이다.

동래읍성과 좌수영성을 연결하는 '거칠산국 역사길', 서면역부터 좌천동 가구거리를 연결하는 '근대 산업유산길' 등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조성한다.

◇ 너무 많아도 문제…제대로 관리해야
올레길로 유명한 제주는 명실상부 '걷는 길의 천국'이다.

2007년 9월 올레길 1코스가 만들어진 이후 21개 정식 코스와 5개 부속 코스를 포함해 425㎞에 달하는 총 26개 올레길 코스가 만들어졌다.

누적 탐방객이 현재 1천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종교, 문화, 역사 특성을 반영한 걷는 길이 넘쳐나는데, 오히려 너무 많아서 제대로 관리·정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걷는 길 조성·지정·관리 주체는 제주도, 제주시·서귀포시, 읍·면·동, 종교계, 학교, 마을회 등 제각각이다.

이곳저곳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훼손을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연 생태가 위협받자 한때 올레 10코스는 자연휴식년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일부 걷는 길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곳도 있다.

'위드 코로나'에 전국 곳곳 산책로·숲길 조성 '활기'
지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길을 만들어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있다.

충북 옥천 향수호수길은 사업비 67억원이 투입돼 2019년 11월 준공했는데 준공 직후인 2020년 2월 절개 면에서 낙석이 굴러떨어져 나무 데크에 큰 구멍이 나버렸다.

낙석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결국 예산을 다시 써야 할 처지가 됐다.

군은 붕괴 위험이 있는 2.3㎞ 구간을 폐쇄한 후 50억원을 투입, 유지보수 공사를 할 계획이다.

(최해민 김도윤 장아름 조성민 김선경 이덕기 변지철 민영규 심규석 김근주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