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2000년 이후 인구 17.9% 줄고 학생 수는 55.5% 감소
"인구정책 효과 거두려면 고용·교육·문화·주거 해결돼야"
[리셋 균형발전] ⑤ 수도권에도 '그늘' 지역…경기 인구소멸 '위험·주의' 23곳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은 수도권에서 가장 극심한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는 곳이다.

경원선 기차의 종착지인 신서면 대광리는 한때 전곡읍, 연천읍에 이어 연천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인구가 7천∼8천명에 달했지만 현재 인구는 2천600명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급격한 인구 감소로 마을 어디를 가나 빈집과 빈 상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전통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학생이 줄어 2020년부터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 중에는 수도권에 속하는 경기도 가평군과 연천군, 인천의 강화군과 옹진군 등 4곳도 포함됐다.

특히 연천군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2000년 이후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다.

11일 연천군에 따르면 이 지역 인구는 2000년 12월 5만3천19명이었으나 지난해 12월 4만3천553명으로, 9천466명(17.9%)이나 줄었다.

물론 연천군이 인구 감소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파격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2016년부터는 첫째 아이 100만원, 둘째 아이 200만원, 셋째 아이 500만원, 넷째 아이 1천만원의 출산장려금 지급 정책을 실시했고 이사비용, 귀농·귀촌 자금 지원, 군인 전입신고 때 상품권 지급 등의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운용했다.

그러나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다.

[리셋 균형발전] ⑤ 수도권에도 '그늘' 지역…경기 인구소멸 '위험·주의' 23곳
학생 수 감소 추세는 더 심각하다.

연천군에는 현재 13개 초등학교, 6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가 있다.

2000년 이후 그대로다.

그러나 학생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초등학교는 2000년 4천169명에서 이달 현재 1천695명으로 2천474명(59.3%) 줄었고 중학교는 1천909명에서 833명으로 1천76명(56.4%), 고등학교는 1천591명에서 742명으로 849명(53.4%) 각각 감소했다.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가, 중학교보다는 초등학교의 학생 수 감소가 더 두드러진다.

연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너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며 "머지않아 폐교를 고민해야 할 학교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군 내에서도 농촌 접경지역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예컨대 신서면의 2004년 인구는 4천327명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2천696명으로 줄었고 중면은 같은 기간 295명에서 191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면의 출생아 수는 2004∼2008년에 연도별로 4명, 2명, 2명, 3명, 4명을 기록했으나 최근 5년간은 2명, 1명, 0명, 0명, 0명으로 추락했다.

3년 연속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는 마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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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가평군도 불안한 상황이다.

가평군의 인구수는 2000년 5만6천255명에서 지난해 12월 6만3천268명으로 1만244명(19.3%) 늘어 언뜻 보면 별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경기연구원의 지난해 9월 기준 분석자료에 따르면 가평군의 '인구소멸위험지수'는 0.30이었다.

이 지수는 만 20∼39세 여성 인구 수를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 수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1.0 이상이면 인구가 늘고 1.0 미만이면 감소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평군은 경기도에서 인구소멸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분류된다.

실제 가평군의 경우 출산 연령인 만 20∼39세 여성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21%로 경기도 평균치(12.31%)는 물론 연천군(8.49%)보다 낮다.

65세 이상 인구를 0∼14세 인구로 나눈 '노령화지수' 역시 가평군은 314.35로 경기도에서 가장 높다.

경기도의 평균 노령화지수는 133.31이다.

인구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으로 위험단계에 진입한 곳으로 분류된 곳은 경기도에서 가평군과 연천군을 포함해 양평군(0.31), 여주시(0.42), 포천시(0.46) 등 5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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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 미만 0.5 이상으로 인구소멸 주의 단계인 시군은 경기 남부 8개 시를 제외한 18개 시군이나 된다.

경기도 전체 31개 시군 중 4분의 3가량인 23개 시군이 인구소멸위험 주의 또는 위험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경기도의 인구는 2000년 928만명에서 2010년 1천207만명, 2020년 1천380만명을 거쳐 지난해 1천392만명으로 늘어 22년 사이에 50%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럼에도 농촌과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인구소멸 위험이 이처럼 당면 문제로 떠올랐다.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감소, 사업체 감소, 노후 건축물 등 3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분류한 '쇠퇴지역'은 경기도 전체 읍·면·동의 34.1%인 185곳에 달한다.

해당 시군들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장려금 지급, 공장 유치 등의 정책을 펼쳐왔으나 기대만큼 정책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대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인구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고용, 교육, 문화, 주거 등 순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유치만으로는 인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인구소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우선 지역 특성을 반영한 틈새 일자리를 만들고 양질의 교육, 문화,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