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손에서 출발한 민주당의 '검수완박' 폭주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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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재판 받고 있는 최강욱·황운하 등
민주당 강경 초선의원들의 '처럼회'가 주도
법안 처리 과정 온갖 탈법·꼼수에 위헌 논란
국민의힘, 정교한 대책·전략 없이 與에 끌려
경찰 과부하로 수사 적체 심화, 국민이 피해
민주당 강경 초선의원들의 '처럼회'가 주도
법안 처리 과정 온갖 탈법·꼼수에 위헌 논란
국민의힘, 정교한 대책·전략 없이 與에 끌려
경찰 과부하로 수사 적체 심화, 국민이 피해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나섰다.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한 뒤 검찰청법을 우선적으로 본회의에 상정했다. 형사소송법도 순차적으로 본회의에 상정한 뒤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불을 놓기에 나섰지만, 숫적 열세로 인해 검수완박법은 문재인 정부 임기(5월 9일) 내 처리될 예정이다. 여권은 국민의힘과 검찰은 물론 법원, 법조단체, 현 여권 성향의 시민단체 등이 제동을 걸고 있고, 국민 여론도 반대가 우세한데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목적을 향해 마이웨이 할 뿐이다.
검수완박법은 건국 이후 74년에 걸쳐 형성된 형사사법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찮다. 물론 과잉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 수사의 고질적 병폐는 고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걸 빌미로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법의 목적지는 다른 곳에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검수완박법안에 따르면 검찰에 남은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와 경제를 빼고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는 4개월 뒤, 선거는 연말 경찰에 넘어간다. 검찰에 남는 2대 범죄와 경찰 이관 4대 범죄도 빠르면 내년 말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이 모두 맡는다. 당분간 경찰의 과부하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초 1차 수사권-기소권 분리 이후 검찰이 지난 1년 간 보완수사를 요구한데 대해 경찰의 답이 없는 사건이 3800건이 넘을 정도로 수사 지연은 심각한 마당이다.
위헌 논란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엔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권을 전제로 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법안이 통과되면 줄 잇는 위헌 소송으로 인한 혼란이 극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않다. 권력형 범죄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검찰이 수사해 온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수사 범위가 넓어 4개월 내에 끝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찰로 넘어가면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이재명 보호’를 외쳐온 민주당으로선 시간을 벌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초부터 시행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제도가 시행된지 1년 밖에 안됐는데, 굳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면 검찰 인사에서 윤 당선인 라인의 검사들이 배치되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앞에서 멈춰선 대장동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신속처리를 위해 법사위에 보임시켰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인사들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데서 이들의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 양 의원은 또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처럼회’ 소속 의원들에게 휘둘려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처럼회는 검찰 개혁을 목표로 초선의원 1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용민 김남국 김승원 민형배 이수진 이탄희 장경태 최강욱 황운하 의원 등이다. 이들이 검수완박법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수완박법을 심의한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 검찰 출신 송기헌 의원을 빼고 최강욱 의원을 넣었다. 법사위에서 역시 검찰 출신의 소병철 의원을 빼고 ‘위장 탈당’ 주역인 민형배 의원을 배치했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을 공소만 담당토록 하는 공소청으로 바꾸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황운하 의원은 6대 범죄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이수진 의원은 특별수사청 설치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많은 논란과 문제점을 낳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청법(공수처법)도 주도한 바 있다.
더욱이 최강욱 김남국 김용민 의원은 검찰과 법원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법사위에 앉아 있다. 입법권 사유화, 이해충돌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해상충 논란이 있으면 스스로 제척(除斥)하는 게 마땅한데도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기본 상식조차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정교한 대책, 전략도 없이 여당에 질질 끌려다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덜컥 받아들인 것부터 그렇다. 중재안은 검수완박 시기만 늦췄을 뿐 사실상 민주당 주장에 가까운 법이다. 그러다가 뒤늦게 여론이 악화하자 재협상을 주장했다.국민의힘의 오락가락 태도는 여당 강행 처리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검수완박법은 건국 이후 74년에 걸쳐 형성된 형사사법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찮다. 물론 과잉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 수사의 고질적 병폐는 고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걸 빌미로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법의 목적지는 다른 곳에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검수완박법안에 따르면 검찰에 남은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와 경제를 빼고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는 4개월 뒤, 선거는 연말 경찰에 넘어간다. 검찰에 남는 2대 범죄와 경찰 이관 4대 범죄도 빠르면 내년 말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이 모두 맡는다. 당분간 경찰의 과부하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초 1차 수사권-기소권 분리 이후 검찰이 지난 1년 간 보완수사를 요구한데 대해 경찰의 답이 없는 사건이 3800건이 넘을 정도로 수사 지연은 심각한 마당이다.
“전문 수사기법 필요한 증권·금융 범죄 활기 띨 것”
여기에 4대 중대범죄까지 대책 없이 떠넘기면 민생 등에 대한 수사적체는 더 심화될 게 뻔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당장 수사 지연에 따른 변호사 비용 급증이 우려된다. 경찰의 중대 범죄 수사에 대한 역량도 미덥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고도의 전문 수사기법이 필요한 증권·금융 범죄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경찰의 과잉·부실 수사는 누가 견제하고, 중립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도 안보인다.위헌 논란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엔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권을 전제로 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법안이 통과되면 줄 잇는 위헌 소송으로 인한 혼란이 극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않다. 권력형 범죄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검찰이 수사해 온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수사 범위가 넓어 4개월 내에 끝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찰로 넘어가면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이재명 보호’를 외쳐온 민주당으로선 시간을 벌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초부터 시행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제도가 시행된지 1년 밖에 안됐는데, 굳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면 검찰 인사에서 윤 당선인 라인의 검사들이 배치되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앞에서 멈춰선 대장동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신속처리를 위해 법사위에 보임시켰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인사들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데서 이들의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 양 의원은 또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처럼회’ 소속 의원들에게 휘둘려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처럼회는 검찰 개혁을 목표로 초선의원 1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용민 김남국 김승원 민형배 이수진 이탄희 장경태 최강욱 황운하 의원 등이다. 이들이 검수완박법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수완박법을 심의한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 검찰 출신 송기헌 의원을 빼고 최강욱 의원을 넣었다. 법사위에서 역시 검찰 출신의 소병철 의원을 빼고 ‘위장 탈당’ 주역인 민형배 의원을 배치했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을 공소만 담당토록 하는 공소청으로 바꾸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황운하 의원은 6대 범죄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이수진 의원은 특별수사청 설치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많은 논란과 문제점을 낳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청법(공수처법)도 주도한 바 있다.
고소·고발 당한 의원들이 법사위 소속, 이해상충
어이가 없는 것은 이들 의원 중 상당수가 피의자라는 점이다. 황 의원은 2018년 울산경찰청장 재직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가담자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은 ‘채널A 사건’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확인서를 허위작성한 혐이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김남국 의원은 기부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 당했고, 김용민 의원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바 있다.더욱이 최강욱 김남국 김용민 의원은 검찰과 법원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법사위에 앉아 있다. 입법권 사유화, 이해충돌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해상충 논란이 있으면 스스로 제척(除斥)하는 게 마땅한데도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기본 상식조차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정교한 대책, 전략도 없이 여당에 질질 끌려다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덜컥 받아들인 것부터 그렇다. 중재안은 검수완박 시기만 늦췄을 뿐 사실상 민주당 주장에 가까운 법이다. 그러다가 뒤늦게 여론이 악화하자 재협상을 주장했다.국민의힘의 오락가락 태도는 여당 강행 처리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