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근택 거르고 김한규'…민주당 제주을 공천 막전막후[도대체 무슨일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6·1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민주당 김한규·현근택 출사표 '관심'
정작 당에서는 국힘 부상일 영입 고민
논란 커지자 '친문' 김한규 전략공천 결정
이재명 지지자 "현근택 '토사구팽'" 반발
전여옥 "김한규 공천 '스펙열등감' 때문"
민주당 김한규·현근택 출사표 '관심'
정작 당에서는 국힘 부상일 영입 고민
논란 커지자 '친문' 김한규 전략공천 결정
이재명 지지자 "현근택 '토사구팽'" 반발
전여옥 "김한규 공천 '스펙열등감' 때문"
‘문재인의 남자 vs 이재명의 남자’
6·1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내 두 신인 정치인의 맞대결 구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달 초 나란히 제주을 출마를 선언한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현근택 전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그 주인공이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까지 약 1년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해 ‘문재인의 남자’로 불린다. 서울대 학사·하버드대 석사에 김앤장 변호사 등 ‘엄친아 스펙’을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정 패널로 오랫동안 출연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역시 변호사 출신인 현 전 대변인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돌격대장’을 자처했다. 각종 TV·라디오에 출연해 ‘대장동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 전 지사를 적극 옹호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때로는 자신의 고교(제주제일고)·대학(서울대) 직속 선배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고성이 오가는 설전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제주에서 초·중·고를 나온 서울대 출신 변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두 사람의 대결 구도는 지난 4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김 전 비서관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하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김 전 비서관은 “믿고 써달라, 기대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 전 대변인은 “부족한 탓에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실제 전략공천 결정이 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민주당이 두 사람이 아닌, 나아가 민주당 소속 다른 인물도 아닌, ‘제 3의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기자는 전략공천 결정 바로 전날인 지난 3일 <민주당, 제주을 보궐선거에 ‘국힘 출신’ 공천 검토> 기사를 보도했다. 민주당 내 한 인사로부더 “제주을에 국민의힘 소속 인물을 영입해 공천한다는 움직임이 있어 당황스럽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한 제주 지역 언론도 ‘민주당 내에서 부상일 변호사를 후보로 영입하려고 한다는 설이 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부 변호사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2008년 18대 총선에서부터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제주을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매번 민주당 후보에 밀려 뱃지를 달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입문 후 줄곧 국민의힘에 몸담은 인물을 민주당에서 영입하려 한다는 말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즉시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 동향에 정통한 사람을 찾아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 소속인 부 변호사를 영입하면 제주을은 물론 제주지사 선거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민주당은 부 변호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준석 대표의 국민의힘이 한 지역구에서 3회 이상 낙선한 후보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부 변호사는 이미 제주을에서 세 번 출마했고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김한규·현근택도 이런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두 사람은 부상일 공천을 막기 위해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과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연달아 만나는 등 막판까지 전력을 다했다.
국힘 인사를 제주을에 공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지지층은 크게 동요했다. 한 지지자는 “젊고 능력있는 김한규, 현근택이 멀쩡하게 있는데 어디서 근본 없는 국힘 것을 데려오느냐”고 했다. 다른 지지자는 “민주당 위해 열심히 일한 현근택, 김한규 놔두고 국힘 출신 영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현 전 대변인은 다음날인 4일 오전 10시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상일 영입의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검수완박’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처럼회’ 소속인 박주민 김용민 장경태 의원 등이 참석해 지원사격을 했다.
그로부터 3시간여 뒤인 오후 1시 20분, 민주당 비대위는 김 전 비서관을 제주을 전략공천 후보자로 전격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부상일 카드’를 접고 김 전 비서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비대위의 결정에는 부 변호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제주을을 ‘험지’로 판단해 부 변호사에 대한 ‘3회 이상 낙선 패널티’를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실제 부 변호사는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을 완료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한규 공천 자체가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자 중에서는 김 전 비서관 공천에 대해 "성품이 바르고 매사에 신중한 인물을 잘 뽑았다"며 긍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반면 이재명 전 지사 지지자나 소위 ‘개딸’들은 “현근택만큼 전투력을 갖고 이재명을 최전선에서 옹호한 사람이 없는데 공천을 주지 않은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스펙열등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전 의원은 “말 그대로 현 변호사가 ‘토사구팽’ 당한 것”이라며 “김 전 비서관 공천은 ‘민주당의 진짜 욕망과 운동권의 열등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6·1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내 두 신인 정치인의 맞대결 구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달 초 나란히 제주을 출마를 선언한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현근택 전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그 주인공이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까지 약 1년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해 ‘문재인의 남자’로 불린다. 서울대 학사·하버드대 석사에 김앤장 변호사 등 ‘엄친아 스펙’을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정 패널로 오랫동안 출연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역시 변호사 출신인 현 전 대변인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돌격대장’을 자처했다. 각종 TV·라디오에 출연해 ‘대장동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 전 지사를 적극 옹호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때로는 자신의 고교(제주제일고)·대학(서울대) 직속 선배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고성이 오가는 설전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제주에서 초·중·고를 나온 서울대 출신 변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두 사람의 대결 구도는 지난 4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김 전 비서관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하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김 전 비서관은 “믿고 써달라, 기대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 전 대변인은 “부족한 탓에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실제 전략공천 결정이 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민주당이 두 사람이 아닌, 나아가 민주당 소속 다른 인물도 아닌, ‘제 3의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기자는 전략공천 결정 바로 전날인 지난 3일 <민주당, 제주을 보궐선거에 ‘국힘 출신’ 공천 검토> 기사를 보도했다. 민주당 내 한 인사로부더 “제주을에 국민의힘 소속 인물을 영입해 공천한다는 움직임이 있어 당황스럽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한 제주 지역 언론도 ‘민주당 내에서 부상일 변호사를 후보로 영입하려고 한다는 설이 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부 변호사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2008년 18대 총선에서부터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제주을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매번 민주당 후보에 밀려 뱃지를 달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입문 후 줄곧 국민의힘에 몸담은 인물을 민주당에서 영입하려 한다는 말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즉시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 동향에 정통한 사람을 찾아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 소속인 부 변호사를 영입하면 제주을은 물론 제주지사 선거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민주당은 부 변호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준석 대표의 국민의힘이 한 지역구에서 3회 이상 낙선한 후보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부 변호사는 이미 제주을에서 세 번 출마했고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김한규·현근택도 이런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두 사람은 부상일 공천을 막기 위해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과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연달아 만나는 등 막판까지 전력을 다했다.
국힘 인사를 제주을에 공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지지층은 크게 동요했다. 한 지지자는 “젊고 능력있는 김한규, 현근택이 멀쩡하게 있는데 어디서 근본 없는 국힘 것을 데려오느냐”고 했다. 다른 지지자는 “민주당 위해 열심히 일한 현근택, 김한규 놔두고 국힘 출신 영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현 전 대변인은 다음날인 4일 오전 10시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상일 영입의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검수완박’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처럼회’ 소속인 박주민 김용민 장경태 의원 등이 참석해 지원사격을 했다.
그로부터 3시간여 뒤인 오후 1시 20분, 민주당 비대위는 김 전 비서관을 제주을 전략공천 후보자로 전격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부상일 카드’를 접고 김 전 비서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비대위의 결정에는 부 변호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제주을을 ‘험지’로 판단해 부 변호사에 대한 ‘3회 이상 낙선 패널티’를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실제 부 변호사는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을 완료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한규 공천 자체가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자 중에서는 김 전 비서관 공천에 대해 "성품이 바르고 매사에 신중한 인물을 잘 뽑았다"며 긍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반면 이재명 전 지사 지지자나 소위 ‘개딸’들은 “현근택만큼 전투력을 갖고 이재명을 최전선에서 옹호한 사람이 없는데 공천을 주지 않은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스펙열등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전 의원은 “말 그대로 현 변호사가 ‘토사구팽’ 당한 것”이라며 “김 전 비서관 공천은 ‘민주당의 진짜 욕망과 운동권의 열등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