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최초 VR 사격장 서초 예비군훈련장 가보니…3.84㎏ 모의총기로 스크린 사격
220만원 모의총기로 시나리오별 훈련…내달부터 2년 6개월만에 소집훈련 재개
2024년까지 과학화 훈련장 총 40개 만들 계획…수도권 대상자 82%가 훈련가능
'예비군 훈련이야, 게임이야'…과학화 훈련장서 'VR사격' 해보니
예비군 소집훈련이 각종 과학기술이 동원된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2019년 12월 중단된 지 2년 6개월만인 내달 2일 다시 시작하는 예비군 소집훈련을 앞두고 지난 30일 찾은 서울 서초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은 각종 첨단 장비로 가득했다.

전군 최초로 서초 훈련장에 26억원을 들여 마련했다는 가상현실(VR) 영상모의사격장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눈앞에 쓰는 VR 기기 대신 착용자의 위치를 인식하는 '공간인식 방탄모'와 적에 의한 피격을 인식하는 '전자감응 전투 조끼'를 착용하고 3면 멀티스크린을 향해 모의 총기로 사격하는 식이다.

탄약이 떨어지면 모의 탄창을 뺐다가 끼워야 재장전이 되고, 중량이 3.84㎏으로 제작돼 K2C1 실제 소총과 유사한 느낌을 냈다.

1정 단가는 220만원이다.

이곳에서 영점사격, 기록사격, 시나리오별 훈련 등을 할 수 있다.

서초 훈련장에선 한남대교, 서초역, 코엑스, 우면산, KT 구로지사에 적이 침투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훈련이 가능했다.

스크린 앞에는 일종의 방호 진지처럼 생긴 구조물이 설치됐다.

시나리오 훈련은 마치 게임처럼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재장전을 위해 몸을 구조물 뒤로 웅크리면 천장의 센서가 방탄모의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에도 구조물 뒤로 숨는 장면이 연출됐다.

혼란한 상황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민간인과 적을 구분해 사격해야 했는데, 적탄에 맞으면 전투 조끼에 진동이 와 피격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조교가 "탄창을 교환하라"고 할 때까지 무작정 쏘다 보니 머리 부위에 피격돼 '중상'을 입었다는 공지가 스크린에 뜨기도 했다.

오락실 게임과 유사하면서도 묵직한 총기의 반동에 더 실감이 났고, 스크린 골프장의 사격 버전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만 적을 향해 쏜다고는 해도 제대로 맞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고 아무래도 가상이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우수성적으로 '조기 퇴소'를 노리는 바쁜 예비군이나 '총싸움에 진심'인 '밀리터리 덕후' 소리를 듣는 이들이라면 긴장감의 수준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예비군 훈련이야, 게임이야'…과학화 훈련장서 'VR사격' 해보니
실제 사격을 위한 사격장도 탁 트인 개활지가 아니라 건물 안에 차려졌다.

45억원을 들여 지은 실내 사격장은 야외로 분출되는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사격 시 발생하는 연기를 포집하는 설비까지 갖췄다.

사로 옆에는 아크릴 방탄판이 세워졌고, 사격 후 점검 완료 여부를 표시하는 초록색과 붉은색 등이 설치돼 통제관에게 간편하게 상황을 알릴 수 있게 했다.

표적지는 자동으로 이동하는 식이라 사선을 지나서 가지러 갈 필요가 없었다.

소음저감 전자 감응식 헤드셋을 제공해 사수 뒤에 서 있는 통제관의 지시 사항은 잘 들리고 사격 소리는 확연히 작게 들렸다.

부대 측은 "기상 제약 없이 언제든지 사격이 가능한 전천후 실내 사격장"이라며 "소음을 완벽히 차단해 사격장의 고질적 문제인 소음에 따른 지역 주민의 불편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예비군 훈련이야, 게임이야'…과학화 훈련장서 'VR사격' 해보니
시가지 전술 훈련장은 마일즈(MILES) 장비를 적용해 훈련 효과를 높였다.

청팀, 홍팀으로 나눠 팀별로 사전에 지도상에서 전술을 토의한 다음 24개 컨테이너, 지하도, 저격수 건물 등으로 구성된 시가지에서 교전을 벌이고 상대 깃발을 탈취하는 훈련이다.

피격되면 감지기가 작동해 사망·중상·경상 등 결과가 나오고 이는 통제실로 전송돼 훈련장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군은 2024년까지 이와 같은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총 40개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16개를 구축해 전국 대상자의 약 40%, 수도권 대상자의 82%가 과학화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다.

훈련 결과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우수 분대로 선정되면 조기 퇴소 혜택을 주는 제도도 훈련장 여건에 따라 시행한다.

재개되는 예비군 훈련은 소집훈련 하루 8시간, 원격교육 하루 8시간을 혼합해서 실시한다.

10월부터 있을 원격교육은 지난해와 달리 의무 사항이며 수강하지 않으면 그 시간만큼 내년 예비군훈련으로 이월된다.

코로나19 확진자는 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

훈련장에 도착한 모든 예비군은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되며 양성이 나오면 귀가 및 훈련 연기 조처가 내려진다.

군은 훈련장 최대 수용인원의 50∼70% 수준의 인원으로 훈련을 시행해 밀집도를 낮출 방침이다.

서초 훈련장을 운영하는 210여단 김문상 여단장(대령)은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한 과학화된 실전적 훈련장"이라며 "과학화 예비군 훈련을 통해 국가안보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이야, 게임이야'…과학화 훈련장서 'VR사격' 해보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