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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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이나 비서가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고.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답답한 감정을 언론에 털어놨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틀 전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갈 때 지인과 동행한 것에 대해 ‘비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질문하자 나온 답변이다.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하던 평소 모습과 달랐다.

논란의 핵심은 김 여사가 대통령실 경호와 의전을 받는 공식 행사에 지인을 대동한 게 적절했냐는 것이다. 당초 김 여사와 함께 간 지인이 무속인이라는 루머도 퍼졌지만, 확인 결과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파악됐다. 당시 동행한 대통령실 직원 2명이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인 것으로 나타나 측근 기용 논란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부인의 공식 일정을 사적 지인이 도왔다면 비선 논란을 자초하는 것”(조오섭 대변인)이라며 거세게 몰아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이 전직 코바나컨텐츠 직원을 채용한 것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 헬스트레이너 출신 3급 행정관 윤모씨 채용이 떠오른다”(박주민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 방문은 당초 비공개 행사로 기획됐지만, 방문 사실을 알게 된 언론들의 요청이 잇따르면서 행사가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면 언론의 과열 취재 경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김 교수에 대해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라며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곳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선 “차라리 대통령실에 영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설치해 공적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여당에서도 팽팽하다. 제2부속실 폐지는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겠다”며 내건 주요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국민 여론을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의 행보가 논란이 되는 것은 공적인 수행 조직의 문제라기보다 김 여사가 최근 보여준 통합 지향적인 정치 행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기회에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