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법'도 대충 심사하나"…작년 8월 법사위서 무슨 일이 [오형주의 정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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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법사위 권한 축소 필요"
법사위 양보 조건으로 주장
작년 7월 여야 권한 축소 합의
8월 민주당 주도로 법안 통과
권성동·윤한홍 "옳지 않다" 반대에
민주당 의원들 "여야 합의했다" 일축
법사위 양보 조건으로 주장
작년 7월 여야 권한 축소 합의
8월 민주당 주도로 법안 통과
권성동·윤한홍 "옳지 않다" 반대에
민주당 의원들 "여야 합의했다" 일축
“양당 원내대표들은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되 체계·자구 심사를 하지 못하도록 했었는데 여야 공히 지키지 않아 제대로 법안 개정이 안 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하면서 ‘양당 간 지난 합의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법사위 권한 축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권한 축소를 여당에 촉구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당장 이를 개선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21대 국회 내에 반드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법사위를 일단 국민의힘에 넘기면서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 문제는 장기과제로 넘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사위 권한 축소를 마냥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박 원내대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출구’를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여야 합의를 토대로 법사위 권한 축소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이 마련돼 이미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법 개정안 통과는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했다.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사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다 합의돼서 온 거다. 원내대표끼리도 합의했고 상임위에서도 합의했다.”(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바로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해 올라온 이 법안은 법사위의 기능을 회부된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도록 하고, 심사 기간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여야는 같은 해 7월 23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가진 뒤 법사위 권한 축소와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골자로 한 중재안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법사위원장은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여야가 법사위 권한 축소에 대한 합의를 이룸에 따라 국회 운영위는 소위원회를 열어 한병도 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기존 법안을 병합해 합의 내용을 담은 대안을 8월 17일 만들었다.
하지만 운영위에서도 잡음은 있었다. 8월 23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는 소위에서 합의된 대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임시방편적인 봉합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강민정 당시 열린민주당(현 민주당) 의원은 “이미 제안설명이 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안이 심의되지 않았는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당시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던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여 훨씬 더 압축적으로 심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강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여야가 합의한 두 가지 ‘신사협정’ 사항도 거론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당시 여야는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지나 소관 상임위에서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상정을 결정할 때 지체 없이 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하나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때 불필요한 현안 질의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부처의 장관이 아닌 차관이 출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런 사항은 저희가 김기현 원내대표하고 함께 협의하고 또 공동으로 발표한 사항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안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끼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 것 같은데 야당과 여당 사이에 원내대표, 간사 합의가 다 있었던 것이 맞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여야 합의된 법안이고 야당 간사님(추경호)이 제출한 법안이기 때문에 그대로 통과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맞장구를 쳤다.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은 “토론 종결하고 의결하자. 합의된 사항이니까”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합의 처리된 건데 빨리”, 박성준 의원은 “합의 처리된 것 아닙니까”라고 거들었다. 이번엔 법사위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윤 의원은 ‘언론중재법 날치기’ 사례를 거론하면서 “날치기 통과된 법에 대해 체계·자구만 심사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1년 있다가 법사위원장 준다면서 권한 다 빼고 주겠다고 이 법을 오늘 내놓은 것”이라며 “얼마나 참, 속을 들여다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 주장이 이어지자 당시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였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윤 간사님이 말씀하신 기준에 비춰봤을 때도 처리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며 “왜냐면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왔다”고 했다. 박 의원은 “체계·자구 관련해서도 전문위원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고도 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전문위원 의견이 무슨 금과옥조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이것은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며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없습니다’라고 한 위원이 있었지만 박 의원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권 의원이 “박주민 위원장!”이라고 항의하자 박 의원은 “이것은 다 합의돼서 온 거다”라며 “원내대표끼리도 합의됐고 상임위에서도 합의됐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재차 “합의돼도 말이 안 되는 것은 지적할 수 있는 거지”라고 했지만 박 의원은 다음 법안 심사를 진행했다.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얻은 권 의원은 다시 “여야 합의로 됐다, 다른 타 상임위 만장일치로 됐다? 그러면 체계·자구 심사할 이유가 없는 거다”라고 따졌다. 그러자 이번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나서 권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그 전 국회법은 체계·심사 규정을 절차에 관한 규정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이법은 절차가 아니고 법사위 권한에 대한 명문 규정으로 새로 신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절차규정으로 된 기존법과 법사위 권한에 대한 명문규정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이 법이 개정됐는데 똑같다고 얘기하면 이 법의 취지를 완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하면서 ‘양당 간 지난 합의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법사위 권한 축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권한 축소를 여당에 촉구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당장 이를 개선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21대 국회 내에 반드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법사위를 일단 국민의힘에 넘기면서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 문제는 장기과제로 넘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사위 권한 축소를 마냥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박 원내대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출구’를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여야 합의를 토대로 법사위 권한 축소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이 마련돼 이미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법 개정안 통과는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했다.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사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윤호중 "김기현과 함께 협의한 사항"
“날치기 통과된 법에 대해 (법사위가)체계·자구만 심사해야 된다 이런 것은 적용되는 게 옳지 않다.”(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것은 다 합의돼서 온 거다. 원내대표끼리도 합의했고 상임위에서도 합의했다.”(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바로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해 올라온 이 법안은 법사위의 기능을 회부된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도록 하고, 심사 기간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여야는 같은 해 7월 23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가진 뒤 법사위 권한 축소와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골자로 한 중재안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법사위원장은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여야가 법사위 권한 축소에 대한 합의를 이룸에 따라 국회 운영위는 소위원회를 열어 한병도 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기존 법안을 병합해 합의 내용을 담은 대안을 8월 17일 만들었다.
하지만 운영위에서도 잡음은 있었다. 8월 23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는 소위에서 합의된 대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임시방편적인 봉합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강민정 당시 열린민주당(현 민주당) 의원은 “이미 제안설명이 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안이 심의되지 않았는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당시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던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여 훨씬 더 압축적으로 심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강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여야가 합의한 두 가지 ‘신사협정’ 사항도 거론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당시 여야는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지나 소관 상임위에서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상정을 결정할 때 지체 없이 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하나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때 불필요한 현안 질의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부처의 장관이 아닌 차관이 출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런 사항은 저희가 김기현 원내대표하고 함께 협의하고 또 공동으로 발표한 사항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에서도 민주당이 '빠른 처리' 압박
다음날 법사위 심의과정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은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불가론을 거듭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은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로 제한한다는 조항에 대해 “이런 당연한 얘기를 굳이 법문에 규정함으로써 법을 어지럽힐 필요가 있느냐”며 삭제 필요성을 주장했다.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안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끼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 것 같은데 야당과 여당 사이에 원내대표, 간사 합의가 다 있었던 것이 맞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여야 합의된 법안이고 야당 간사님(추경호)이 제출한 법안이기 때문에 그대로 통과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맞장구를 쳤다.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은 “토론 종결하고 의결하자. 합의된 사항이니까”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합의 처리된 건데 빨리”, 박성준 의원은 “합의 처리된 것 아닙니까”라고 거들었다. 이번엔 법사위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윤 의원은 ‘언론중재법 날치기’ 사례를 거론하면서 “날치기 통과된 법에 대해 체계·자구만 심사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1년 있다가 법사위원장 준다면서 권한 다 빼고 주겠다고 이 법을 오늘 내놓은 것”이라며 “얼마나 참, 속을 들여다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 주장이 이어지자 당시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였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윤 간사님이 말씀하신 기준에 비춰봤을 때도 처리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며 “왜냐면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왔다”고 했다. 박 의원은 “체계·자구 관련해서도 전문위원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고도 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전문위원 의견이 무슨 금과옥조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이것은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며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없습니다’라고 한 위원이 있었지만 박 의원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권 의원이 “박주민 위원장!”이라고 항의하자 박 의원은 “이것은 다 합의돼서 온 거다”라며 “원내대표끼리도 합의됐고 상임위에서도 합의됐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재차 “합의돼도 말이 안 되는 것은 지적할 수 있는 거지”라고 했지만 박 의원은 다음 법안 심사를 진행했다.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얻은 권 의원은 다시 “여야 합의로 됐다, 다른 타 상임위 만장일치로 됐다? 그러면 체계·자구 심사할 이유가 없는 거다”라고 따졌다. 그러자 이번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나서 권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그 전 국회법은 체계·심사 규정을 절차에 관한 규정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이법은 절차가 아니고 법사위 권한에 대한 명문 규정으로 새로 신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절차규정으로 된 기존법과 법사위 권한에 대한 명문규정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이 법이 개정됐는데 똑같다고 얘기하면 이 법의 취지를 완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