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미곡처리장마다 수십억 적자…"햅쌀값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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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리고 쌓인 벼 재고 물량 "쌀 농가에 직격탄 될 것" 우려
뾰족한 대응책 없어 '발만 동동'…쌀소비 늘리기에 안간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쌀값이 무지막지하게 떨어져도 재고는 더 쌓이기만 해요.
우리 RPC에서 올해만 60억원 손실이 났어요.
RPC마다 수십억원씩 적자가 생겨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농민들이 한해 농사로 지은 벼들이 모이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올해 초부터 쌓인 벼 재고들이 지금은 수십억 적자로 변했고 벼 창고는 한숨으로 가득하다.
쌀 주산지 전남에서도 수완 좋기로 소문난 영광통합RPC도 쌀값 폭락의 태풍을 비켜가지 못했다.
RPC는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벼를 가공 유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올해는 얼토당토않은 쌀값에 공장 가동은커녕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작년에 이 RPC가 농민들로부터 사들인 벼 가격은 40㎏ 1포대당 6만7천원이지만, 요즘 판매가는 5만2천원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고스란히 창고에 쌓이고 있다.
영광RPC의 예년 이맘때쯤 벼 재고는 5천t 미만이었는데 올해는 두세 달 전 이미 1만t을 넘은 채 팔리지 않고 남아있다.
영광RPC 강선중 대표는 "쌀값 하락과 무더기 재고는 RPC 손실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60억 적자가 났는데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전국 대부분의 RPC들이 똑같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풍년이라고도 하는 전국 쌀 초과 생산량은 2021년 27만t으로 정부는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전량 매입했다.
또 추가로 10만t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지만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쌀 소비 감소와 여기에 더해진 풍년은 '격리 기능'을 마비시키면서 전국의 RPC에 어마어마한 재고를 안겼다.
전남농협 쌀 보유량은 현재 20만5천t으로 전년 동기(11만5천t)보다 128%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량(67.7%)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충남농협의 창고에 쌓여있는 쌀 재고량도 18만여t으로, 이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을철 추곡수매를 하더라도 보관할 곳이 없어져 가을까지 계속해서 물량 밀어내기를 해야 할 실정이다.
경북에서도 지난해 생산한 쌀 51만8천t 중 상당량이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금의 쌀값 폭락과 벼 재고가 2022년산 햅쌀 가격에 미칠 악영향에 더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쌀값 폭락의 부담을 RPC들이 떠안다시피하고 있지만, 8월부터 나오는 햅쌀 가격이 2021년산 쌀 가격 때문에 제값을 형성하지 못하면 농민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시 당하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권장안(46) 씨는 "모든 물가가 오르지만,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참담하다"며 "수확을 코앞에 둔 햅쌀마저 가격이 내려가면 더는 농사지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여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도 "앞으로 한달 뒤면 햅쌀이 나오는데 그 전에 재고 쌀을 모두 판매하지 못하면 올해 수확한 쌀값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지자체·농협도 이를 우려해 쌀 소비를 조금이라도 늘려 재고 쌀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 충북본부는 1억7천만원 상당의 쌀을 구매하고, 7∼8월 농협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이나 시·군 지부 방문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쌀 재고가 햅쌀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자 강원도 철원군도 농협과 함께 오대쌀 팔아주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강원도도 소비 부진에 따른 재고 과잉과 가격 하락을 막고자 농협 강원지역본부와 함께 쌀 소비 촉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강원쌀 홍보·판매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농협 임직원들은 3개월간 쌀 120㎏을 자율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촉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 이천시는 지난 4일 시청에서 농협, 농민단체 등과 쌀값 안정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소비 방안을 논의했다.
이미 홈쇼핑, 실시간소통판매(라이브커머스), 온라인 판매 지원에 나섰던 이천시는 대기업 중소기업 등과 연계한 소비 활성화 방안과 이천쌀 사용 음식점 인센티브 제공 방안, 소포장 쌀 판매, 범시민 소비 운동 등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쌀 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나 재고 쌀을 줄이지 않으면 지금의 쌀값 폭락을 멈추기 힘들 것이란 시각이다.
전남농민회 관계자는 "쌀소비를 위한 근본적인 정부 대책 없이 값이 내려갈 때만 나오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식량안보 말만 떠들지 말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민 김형우 나보배 노승혁 박정헌 양지웅 이우성 조성민 허광무 여운창 기자)
/연합뉴스
뾰족한 대응책 없어 '발만 동동'…쌀소비 늘리기에 안간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쌀값이 무지막지하게 떨어져도 재고는 더 쌓이기만 해요.
우리 RPC에서 올해만 60억원 손실이 났어요.
RPC마다 수십억원씩 적자가 생겨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농민들이 한해 농사로 지은 벼들이 모이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올해 초부터 쌓인 벼 재고들이 지금은 수십억 적자로 변했고 벼 창고는 한숨으로 가득하다.
쌀 주산지 전남에서도 수완 좋기로 소문난 영광통합RPC도 쌀값 폭락의 태풍을 비켜가지 못했다.
RPC는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벼를 가공 유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올해는 얼토당토않은 쌀값에 공장 가동은커녕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작년에 이 RPC가 농민들로부터 사들인 벼 가격은 40㎏ 1포대당 6만7천원이지만, 요즘 판매가는 5만2천원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고스란히 창고에 쌓이고 있다.
영광RPC의 예년 이맘때쯤 벼 재고는 5천t 미만이었는데 올해는 두세 달 전 이미 1만t을 넘은 채 팔리지 않고 남아있다.
영광RPC 강선중 대표는 "쌀값 하락과 무더기 재고는 RPC 손실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60억 적자가 났는데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전국 대부분의 RPC들이 똑같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풍년이라고도 하는 전국 쌀 초과 생산량은 2021년 27만t으로 정부는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전량 매입했다.
또 추가로 10만t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지만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쌀 소비 감소와 여기에 더해진 풍년은 '격리 기능'을 마비시키면서 전국의 RPC에 어마어마한 재고를 안겼다.
전남농협 쌀 보유량은 현재 20만5천t으로 전년 동기(11만5천t)보다 128%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량(67.7%)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충남농협의 창고에 쌓여있는 쌀 재고량도 18만여t으로, 이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을철 추곡수매를 하더라도 보관할 곳이 없어져 가을까지 계속해서 물량 밀어내기를 해야 할 실정이다.
경북에서도 지난해 생산한 쌀 51만8천t 중 상당량이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금의 쌀값 폭락과 벼 재고가 2022년산 햅쌀 가격에 미칠 악영향에 더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쌀값 폭락의 부담을 RPC들이 떠안다시피하고 있지만, 8월부터 나오는 햅쌀 가격이 2021년산 쌀 가격 때문에 제값을 형성하지 못하면 농민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시 당하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권장안(46) 씨는 "모든 물가가 오르지만,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참담하다"며 "수확을 코앞에 둔 햅쌀마저 가격이 내려가면 더는 농사지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여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도 "앞으로 한달 뒤면 햅쌀이 나오는데 그 전에 재고 쌀을 모두 판매하지 못하면 올해 수확한 쌀값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지자체·농협도 이를 우려해 쌀 소비를 조금이라도 늘려 재고 쌀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 충북본부는 1억7천만원 상당의 쌀을 구매하고, 7∼8월 농협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이나 시·군 지부 방문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쌀 재고가 햅쌀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자 강원도 철원군도 농협과 함께 오대쌀 팔아주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강원도도 소비 부진에 따른 재고 과잉과 가격 하락을 막고자 농협 강원지역본부와 함께 쌀 소비 촉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강원쌀 홍보·판매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농협 임직원들은 3개월간 쌀 120㎏을 자율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촉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 이천시는 지난 4일 시청에서 농협, 농민단체 등과 쌀값 안정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소비 방안을 논의했다.
이미 홈쇼핑, 실시간소통판매(라이브커머스), 온라인 판매 지원에 나섰던 이천시는 대기업 중소기업 등과 연계한 소비 활성화 방안과 이천쌀 사용 음식점 인센티브 제공 방안, 소포장 쌀 판매, 범시민 소비 운동 등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쌀 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나 재고 쌀을 줄이지 않으면 지금의 쌀값 폭락을 멈추기 힘들 것이란 시각이다.
전남농민회 관계자는 "쌀소비를 위한 근본적인 정부 대책 없이 값이 내려갈 때만 나오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식량안보 말만 떠들지 말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민 김형우 나보배 노승혁 박정헌 양지웅 이우성 조성민 허광무 여운창 기자)
/연합뉴스